아들이 한글을 떼고 혼자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빠가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이 거의 없다. 아빠가 휴대폰을 갖다 대고 찍은 후에 듣고 말해주는 시간보다 아들이 눈으로 읽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 오히려 아들이 아빠에게 책을 읽어준다.
그렇다고 끝이 아니지. 아들 다음으로 딸의 차례.
이제는 딸도 안다. 아빠는 휴대폰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빠가 하는 것을 보고 자라서인지 이젠 스스로 아빠의 휴대폰을 들고 책을 찍는다. 아빠와 책을 읽는 것보다 휴대폰으로 찍고 들려오는 소리를 더 즐기는 것 같다.
그러다 딸이 말했다. "그런데 아빠 얘는 말을 왜 이렇게 잘해?" "아빠 휴대폰은 왜 자꾸 말해? 엄마 휴대폰은 말을 안 해."
그녀는 모두의 기계 속에 살고 있다. 내비게이션에도 전자책에도 숨어있는 그녀는 우리 집에선 가족의 목소리로 함께 하고 있다.
그녀는 바로 TTS (text_to_speech),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꾸어주는 기술이다. (남자 목소리도 있음) 남편이 어떻게 휴대폰을 사용하는지 궁금해하는데, 바로 이 TTS 기능을 이용한다. 아이폰은 Voiceover 기능을 활성화하여 사용하면 되고, 갤럭시는 설정-접근성-TalkBack 기능을 쓰면 된다.
TTS가 지원되지 않는 기기라면 남편은 사용을 할 수가 없다. 이 TTS 덕분에 휴대폰도 인터넷도 사용하고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준다. 종종 이 기능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앱이 있는데(예를 들어... 말ㅎㅐ보ㅋㅏ....) 그럼 그건 뭐 못 쓰는 거지...... (이 핑계로 영어 공부 안함ㅋㅋ)
사실 그 소리가 굉. 장. 히. 시끄럽다. 예전엔 시끄럽다 하면 서운해할까 그냥 듣고 있었는데 요즘엔 이어폰 쓰라고 한다. 그런데 이어폰을 사용하면 집 안 소리를 못 듣기도 하니 다른 여자 소릴 듣겠다고 내 목소리를 못 들으니 환장할 노릇. 속도도 굉장히 빠른데 이젠 익숙해져서 그녀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 다 알 수 있다.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지 않은데 알게 된다.
남편이 품고 온 여자를 데리고 사는 아내는 나밖에 없을 거다. 심지어 그 여자 목소리가 안 들릴까 걱정도 하는.... (왜냐하묜 내가 다 읽어줘야 하거든요 그러면 너무 힘들거등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