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애인, 다른 사람이 같이 밥을 먹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깻잎을 못 떼고 있을 때... 애인이 떼 줘도 괜찮다 vs 괜찮지 않다 였다. 애인의 깻잎을 다른 사람이 떼줘도 괜찮나? 도 마찬가지의 문제.
나는 모름지기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줘야 한다는 사람이라 나는 내가 도와주든 애인이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괜찮다는 입장이다. 내가 다른 남자를 만났더라면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 남편의 깻잎은 항상 여러 장이기에 고사리손도 필요하긴 하다.
이런 논쟁은 항상 날 비켜간다. 깻잎도 새우도 패딩 지퍼도 도와주면 좋은 사람, 고마운 사람. 남편은 젓가락질은 잘 하지만 잘 보이지 않아서 깻잎은 매번 한 움큼씩 집어먹는다. 매번 내가 한 장씩 떼어 밥그릇에 올려주는데 누가 이걸 도와준다면 내가 참 편하겠지. 실제로 친정 가족들과 밥을 먹으면 남편이 식사를 잘할 수 있도록 이런저런 배려를 잘 해주셔서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밥을 먹는 편이다. 나의 애인에게 과도한 친절을 베푸는 것이 불편할 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내가 편하기를 바라고 하는 행동이라 고마움이 앞선다.
갑자기 이런 얘길 하는 건...
어제 꿈에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것을 봤다.
남편에게 전화를 하니 저 멀리서 걸어오며 받았는데, 그 옆에 노란 원피스를 입은 어떤 여자가 남편에게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구냐 했더니 대학교 때 친구란다. 원래는 만나서 같이 걸어갈 생각이었는데 기분이 확 나빠서 그 여자에게 팔은 좀 빼시라고 한 뒤 남편을 두고 혼자 갔다. 팔짱을 끼고 걸어야 할 만큼 안 보이나???(맞음) 그럼 여자 팔꿈치를 잡던가 그게 뭐람???(그것도 좀 그렇네) 그렇게 남편과 헤어지고 길을 헤매다 꿈에서 깼다. 남편은 출장 가고 없었다.
뭔가 분했다.
예전에도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대게살을 다 발라주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현실에선 내가 생선가시 발라 밥 위에 올려주고, 새우 까주고 대게살 발라주고 고기 구워주고 돈가스 잘라주고 다 하는데!!!!!!!!! 꿈에선 왜!!! 얼마 없는 시력을 총동원하여 그녀에게 그러고 있냐 말이다!
분하다 분해.
아이들이 명륜진사갈비에 가고 싶다 했는데, 오늘은 고기 집게를 넘겨볼까. 덜 익거나 다 타버린 고기를 먹게 될 테니 그냥 분한 마음은 품고 그냥 내가 구울까. 흥, 쌈무 안 떼어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