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테슬라는 자율주행 완성도가 올라간다 하고, 중국 전기차는 가성비가 뛰어나다는데… 왜 한국 자동차 산업은 전환이 느린 느낌이죠?”
이러한 질문을 최근에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때, “현대차가 못해서”로만 보면 답은 너무 단순해집니다. 우리는 한국 자동차 산업을 조금 더 구조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기술의 속도보다는 구조가 가진 관성에 훨씬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산업은 한 기업의 의사결정만으로 움직이는 영역이 아니라, 수십만 명의 고용과 지역 경제, 협력사 생태계가 얽혀 있는 거대한 시스템으로 봐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왜 한국 자동차 산업은 빨리 못 움직이느냐”가 아니라, “왜 빨리 움직이기 어려운 구조 위에 서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보려 합니다.
이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결과만 놓고 속도 경쟁을 평가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역설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내연기관 시대에 “너무 잘 만든” 생태계를 갖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차는 부품이 대략 2~3만 개로 추정되는데, 전기차는 1~1만 5천 개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반복됩니다.
이 말의 의미는 간단합니다. 전기차로 갈수록 사라지는 부품과 공정이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즉, 기업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협력사·고용·지역 경제가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적 이슈가 됩니다.
부품산업 고용 규모도 무겁습니다. 국내 조사·분석 자료에서는 자동차산업(부품 포함) 종사자 규모가 수십만 명 단위로 제시됩니다. 즉, “빠른 전환”은 곧 “빠른 재배치”를 의미하는데, 이 재배치의 비용이 크니 속도는 구조적으로 조절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기차도 결국 자동차니까, 조금씩 바꾸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전기차 전환은 엔진·변속기·배기계통 같은 핵심 덩어리가 통째로 바뀌는 변화입니다.
이에 관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갈 때 1만 개 이상 내연기관 부품이 사라지고, 전기차 관련 신규 부품은 약 2천 개 이상이 새로 생길 수 있다고 정리합니다.
※ 출처: EV라운지 보도자료(전기차 전환에 따른 부품 산업 변화상 살펴보니, 2023.10.24.)
여기에 자율주행이 붙으면 게임이 더 바뀝니다. 경쟁력의 중심이 기계·조립·공정에서 데이터·알고리즘·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이동합니다. “완성차를 잘 만드는 나라”에서 “플랫폼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나라”로의 이동인 것이죠.
즉, 한국이 느린 이유를 “전기차 기술이 부족해서”로만 설명하면 절반만 본 겁니다. 산업의 정의가 바뀌는 리셋이기 때문에, 기존 가치사슬이 통째로 다시 짜여야 합니다.
여기서 비교가 선명해집니다. 테슬라는 전통 내연기관 생태계를 크게 떠안지 않았습니다. “버릴 게 적었기 때문에” 구조 전환이 빠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내연기관에서 선진국을 정면 추격하는 대신, 전기차로 바로 “점프”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그 대가로 과잉투자·구조조정 리스크도 함께 떠안는 중이긴 하죠.
반면 한국은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내연기관 협력사 생태계와 고용, 지역경제까지 연결된 구조를 한 번에 꺾기 어렵습니다. 전환이 늦어 보이는 진짜 이유는 “무능”이라기보다 “책임의 무게”에 가깝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느림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방향 없는 느림이 문제입니다.
최근 한국 자동차 산업 지표를 보면, 시장은 이미 ‘전환과 공존’ 구간에 들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5년 9월 기준으로 자동차 수출·내수·생산이 동반 증가(일명 트리플 증가) 흐름이 관측됐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 출처: 산업통상부 보도자료(2025년 9월 자동차산업 동향, 2025.10.20.)
또 다른 전망에서는 2025년 자동차 수출액이 718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 출처: 연합뉴스 보도자료(내년 車 내수 0.8%·수출 1.1% 증가 전망... 생산도 3년 만에 반등, 2025.12.5.)
즉, “당장 무너지는 산업”이 아니라, 돈을 벌면서도 구조를 바꿔야 하는 산업입니다. 이게 가장 어렵습니다. 잘 벌릴 때는 구조를 바꾸기 싫고, 늦으면 경쟁에서 뒤처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질문은 이제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는 점진적 전환으로 사회적 비용을 관리할 것인가, 아니면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을 당겨오되, 구조조정 비용을 감내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바꾸는 척만 하다가” 내연기관 경쟁력도, 전기차·자율주행 경쟁력도 애매해지는 중간지대에 고착될 것인가. 마지막 선택은 정말 최악인 것이죠.
따라서, 자동차 산업의 전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설계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산업 설계는 결국 사회적 합의와 정책, 기업의 투자 방향이 한 세트로 움직일 때만 속도가 붙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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