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얼마 전 이런 제목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 7위”
이를 글로벌 경제의 시선에서 보면, 이렇게 다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가진 영향력 자산이 이제 세계 질서 안에서 ‘통용되는 언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순위에서 진짜 흥미로운 장면은 따로 있다. 바로 독일 22위, 튀르키예 10위라는 결과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이 왜 이렇게 낮을까? 그리고 튀르키예가 독일보다 영향력이 크다고?
오늘은 이 질문을 단순한 ‘의외의 결과’가 아니라, 영향력을 측정하는 '세계의 기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먼저 가장 중요한 전제를 하나 짚고 가야하는 것이 있다. 'CEOWORLD Magazine'이 발표한 ‘202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 순위는 경제 규모 순위가 아니다.
평가 기준은 다음 7개 항목입니다.
정치적 안정성
경제적 영향력
국방 예산
무기 체계
글로벌 동맹
소프트파워
군사력
그리고 이 항목들을 동일 가중치로 합산한다. 즉, “GDP가 크다” 하나만으로는 상위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순위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이 국가는 국제 질서에서 실제로 판을 움직일 수 있는가?”
과거에는 경제 규모가 곧 영향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세계는 위기·분쟁·공급망 붕괴·제재·규칙 경쟁이 일상화된 환경이다. 따라서, 지금의 영향력은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더 가까워졌다.
독일은 명목 GDP 기준 세계 4위권, 유럽 최대 제조 강국이다. 자동차·기계·화학·공정기술까지 산업 경쟁력만 보면 여전히 초강대국이다. 그런데 영향력 평가에서는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독일은 전후 역사 속에서 의도적으로 ‘힘을 쓰지 않는 국가 모델’을 선택해 왔다.
핵무기 없음
항공모함 없음
해외 군사 개입 극히 제한적
국방비도 오랫동안 NATO 기준(GDP 대비 2%) 미달
이는 도덕적 선택이자 역사적 선택이었지만, 이 순위가 묻는 ‘행동력’이라는 질문에는 분명한 약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방어와 억지에는 강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먼 지역까지 힘을 투사하는 ‘원정형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독일은 국제무대에서 단독 플레이어라기보다, EU 합의와 규칙을 중심축으로 움직인다. 이는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는 강점이지만, “누가 판을 주도하는가?”를 묻는 영향력 평가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UN 안보리 상임이사국도 아니고, 군사·외교적 결정의 전면에는 대체로 미국이나 프랑스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독일의 구조적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났다.
러시아 가스 의존
에너지 안보 붕괴
외교·군사 주도권 부재
독일은 이 사건에서 사건을 설계하거나 중재한 국가가 아니라, 충격을 받은 국가로 인식되었다. 즉, 독일은 여전히 경제 강대국이지만 이 순위가 요구하는 ‘행동하는 영향력’에는 소극적인 국가인 것이다.
이제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한 튀르키예를 살펴보자.
튀르키예는 유럽-아시아-중동을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제한다. 이 한 가지 조건만으로도 글로벌 질서의 핵심 노드이다. 해상 물류, 군사 이동, 에너지 수송에서 튀르키예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튀르키예는 NATO 회원국이면서도, 자국 방산 기술을 기반으로 독자적 군사 행동 능력을 키워왔다. 바이락타르 TB2 드론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전 검증된 무기 체계’로 세계에 각인되기도 하였다.
이 순위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국가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건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튀르키예는 관찰자가 아니라, 중재자이자 플레이어다.
이 순위는 도덕성을 평가하지 않는다. 국제 질서에서 실제로 작동하는가를 평가한다.
이 비교는 한국 경제와 기업에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제 영향력은 "경제 규모 × 기술 × 군사 × 외교 × 문화"가 함께 움직일 때 만들어진다.
한국이 이번 순위에서 7위를 기록한 배경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 보인다.
반도체·AI → 기술
방산 수출 → 군사
한미·한EU 협력 → 동맹
K-콘텐츠 → 문화
독일식 ‘모범생 모델’만으로는 부족하고, 튀르키예식 ‘행동하는 국가’의 요소도 일부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한국은 지금 두 모델의 중간 어디쯤에서 새로운 영향력 국가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22위는 쇠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준 변화의 결과인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7위 역시,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아니라, “이제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는 신호에 가깝다.
기업 관점에서 보면 의미는 더욱 분명하다. 이제 수출 경쟁력은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규제·표준·원산지·보안·동맹을 묶은 ‘신뢰 패키지 설계 능력’이 매출을 좌우하는 시대다.
한국의 영향력 상승은 기업에게는 비용이 아니라 프리미엄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다. 따라서, 이 흐름을 읽는 것, 그것이 앞으로 한국 경제와 기업 전략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