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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5일 근무제와 N잡러 시대의 도래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2025년, 중국 쓰촨성의 한 지방정부가 발표한 정책 하나가 아시아 전역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바로 ‘금요일 오후부터 쉬는’ 주 4.5일제 근무의 시범 운영이다. 이른바 ‘996(아침 9시~밤 9시, 주 6일)’ 문화로 대표되던 중국에서, 그것도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 차원에서 근무시간 단축을 선언한 것이다.


놀라운 건 한국 사회의 반응이었다. 중국보다 오히려 한국이 더 ‘들썩였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4.5일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던 한국은, 이번 사례를 통해 실질적인 도입 논의가 더 탄력을 받을 조짐이다. 실제로 2025년 대선에서도 주요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4.5일제 혹은 4일제를 공약으로 내걸며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 흐름은 단순히 근무시간 단축이나 워라밸 실현이라는 낙관적인 담론에서 멈추지 않는다. 임금 구조와 고용형태, 나아가 생존 방식까지 바꾸는 거대한 전환의 서막이기도 하다. 특히, 그 중심에는 ‘N잡러(다중 직업자)’라는 새로운 경제 주체가 자리 잡고 있다.


근로시간은 줄고, 생산성은 올라야 한다?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은 누구나 반길 수 있는 변화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 변화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엄청난 숙제를 동반한다. ‘덜 일하고도 같은 임금’을 유지하려면, 자동화·디지털화·AI 등 각종 혁신을 통하여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미 많은 기업은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으며, 더 이상의 효율 개선 여력은 제한적이다. 특히,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처럼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임금 삭감 혹은 인상률 축소가 대안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임금 정체가 현실이 되면?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생산성 개선이 충분하지 않다면 자연스럽게 임금은 줄거나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연봉 동결, 성과급 축소, 복리후생 삭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연봉이 동결되거나, 인상률이 낮은 경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임금은 감소하는 셈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많은 직장인들이 ‘부업’을 선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합리적이다. 그리고 지금의 부업은 예전처럼 “본업에 소홀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아니다. 이제 부업은 생존 전략이자 커리어 전략이다.


N잡러의 시대가 왔다


‘N잡러’는 더 이상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선택이 되고 있다. 유튜브, 브런치, 스마트스토어, 클래스101, 크몽, 탈잉 등 디지털 플랫폼은 누구나 자신의 전문성, 취미, 시간, 경험을 수익화할 수 있게 해준다. 직장인의 외부 활동이 돈이 되는 시대, 이제는 본업이 기반이 되고 부업이 성장의 날개가 되는 커리어 포트폴리오 모델이 일상화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단순히 경제적 보완이 아니라 자아실현, 경력 다각화, 미래 대비라는 보다 복합적인 동기로 확산된다. 즉, N잡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전략’이다.


기업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도 ‘한 명의 인재가 하나의 조직에 100% 헌신한다’는 전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실은 바뀌었고, 직원들이 회사 밖에서도 자기 삶을 설계하는 시대가 왔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억압하는 조직은 인재를 잃게 된다.


이미 일부 선도기업은 내부 유튜브 크리에이터 운영, 사내 강사 제도 등 외부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경쟁 업종이 아니라면 부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거나, 사내외 활동이 본업과 연결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수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주 4.5일 근무제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다. 노동의 구조, 소득의 패턴, 커리어의 경로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이 변화의 흐름은 되돌릴 수 없으며, 이에 대응하지 않는 개인과 기업은 모두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개인은 더 이상 하나의 직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부업을 통해 경제적 여유를 확보하고, 삶의 다양성을 실현하며, 미래의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은 이러한 흐름을 수용하고, 직원들의 성장과 외부 경험을 조직의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짧게 일하고 넓게 사는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주 4.5일제는 그 시작일 뿐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서 중요한 것은,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부업이라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가능성 안에 있을지 모른다.


이설아빠의 글로벌 비즈니스 블로그에 더 유익한 정보가 있으니 많은 방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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