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브런치팀 Sep 09. 2019

앞으로 만들고 싶은 책

이 시대의 에디터 10인에게 묻다

권미경 (웨일북)

모두가 불안한 시대라 인간을 보듬어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이 꼭 위로 혹은 치유가 아니어도 어떤 콘텐츠로 그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게 곧 한 사람의 인생을 다독여주는 일이라고 믿거든요. 


가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최후의 순수 인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기계가 들어 있지 않은 나만의 육체를 가진, 뇌에 기술을 가하지 않은 나만의 정신을 가진 순수 인간요. 종이 책처럼 언젠가는 유물로 남을 것들을 공유하고 있는 마지막 사람들. 그런 식으로 우리를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져요. 인간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행복하게 해주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민섭 (정미소)

제가 쓸 수 없는 좋은 글을 쓰는 작가의 책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글을 쓰는 개인은 자기 자신을 지속적으로 소진시킬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책임질 수 없는 글을 쓰게 되죠. 제가 정미소라는 출판사를 만든 이유는 그러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해요. 차라리 빛나는 글을 쓰는 젊은 작가를 찾아다니자, 재능 있는 젊은 작가의 첫 책을 내는 것으로 그들이 자신의 세계를 깨뜨리고 나올 수 있게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정미소는 젊은 작가들의 첫 책을 응원하고, 단단하게 자신을 지켜나가며 타인(사회)과 마주하는 개인의 고백을 기다립니다. 세상을 조용히 변화시킬 수 있는 책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김은경

이번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른 에디터들은 여전히 출판계 중심에 서 있지만 저는 회사를 나왔잖아요. 중심에 선 분만큼 멋지고 뭔가를 선도하는 것은 만들 수 없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가장자리에서만 보이는 뭔가가 있겠죠. 크게 쓸 데는 없지만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가치에 대해서만큼은 제가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웃음) 



김홍민 (북스피어)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내가 작가가 되고 정기적으로 책이 출간되는 동안 한 가지 몸으로 배운 교훈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이야기를 쓰든 결국 어디선가는 나쁜 말을 듣는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긴 소설을 쓰면 ‘너무 길다,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반으로 줄여도 충분하다’라고 하고, 짧은 소설을 쓰면 ‘내용이 얄팍하다, 엉성하다, 명백히 태만한 티가 난다’라고 합니다. 똑같은 소설을 어떤 곳에서는 ‘같은 얘기를 되풀이한다, 매너리즘이다, 따분하다’라고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전작이 더 낫다, 새로운 시도가 겉돌고 있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불평을 늘어놓는 쪽에서야 생각나는 대로 입에 올릴 뿐 구체적인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니 간단하겠지만, 그런 말을 듣는 쪽에서는 일일이 진지하게 상대했다가는 우선 몸이 당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절로 ‘뭐든 상관없어. 어차피 나쁜 말을 들을 거라면 아무튼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을 대로 쓰자’라고 하게 됩니다.

저도 비슷한 심정인데요, 아무튼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만들자, 좋아하는 미스터리 소설을 만들자는 마음은 지난 15년처럼,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 같아요. 



박재호 (생각정원)

에디터는 1년에 평균 다섯 권 정도 책을 편집합니다. 일의 수명을 길게 잡아서 30년이라고 한다면, 많이 만들어야 150권이죠. 경력이 쌓여 데스크가 되면, 편집에 관한 전반적인 관리 업무에 집중해야 해서 담당하는 책은 더 적어질 거예요. 그래서 보통 한 에디터가 평생 100권의 책을 만든다고 한다면 그 100권의 리스트 안에는 에디터의 희로애락, 즉 인생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제가 만든 타이틀 100권이 궁금해요. 더 이상 책을 만들지 못하는 순간, 제가 편집한 종이 책을 펼쳐놓고 지나온 삶의 궤적을 살펴보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사실 대학을 다닐 때부터 세상의 화두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를테면 국정교과서 파동, 3·1운동 100주년, 밀레니얼 세대 등 정치 혹은 사회 이슈나 글쓰기, 혼자 놀기, 고전 읽기 등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상의 이슈들이죠. 우리 삶에 필요한 화두를 기획하고, 저자들과 논의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일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아주 오랫동안요. 



안유정 (왓어북)

누군가가 꿈을 이루는 데, 혹은 꿈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합니다. 다 읽고 나서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드는 애매한 책이 아닌, 다소 서툴지언정 독자에게 어떤 제안을 하거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 자신이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이야기를 다룰 능력이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 개개인이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책을 출간하려 합니다. 



이연대 (스리체어스)

현재 회사 경영을 맡고 있어 예전보다 글을 다루는 시간이 크게 줄었지만, 편집자로서의 정체성은 잃고 싶지 않습니다. 1년에 한두 종이라도 콘텐츠를 발행하는 업무는 이어가려고 해요. 다만 종이 책 편집자로만 제 영역을 한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용자의 니즈, 이용 형태와 일치한다면 디지털과 종이 책, 타블로이드 등 영상과 음성 등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를 발행할 생각이에요. 한두 가지 컨테이너에 종속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조광환 (프로작북스)

일상과 보통 사람들을 주제로 한 책을 만들고 싶어요. 전문가의 이론이나 논리보다 지금 제 옆에서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 그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전할 수 있는 메시지와 공감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꼰대를 싫어하지만, 저더러 꼰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아요. 부조리와 비합리성에 화가 나면서도 두려움에 잘 나서지는 못합니다. 올바름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올바른 사람처럼 살기에는 저 자신이 너무 세속적이에요. 저는 이런 사람이고, 저와 같은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고 이야기하는 책을 앞으로 꾸준히 만들어가려 합니다. 



조성웅 (도서출판유유)

앞에서 제가 읽고 싶은 책을 만든다고 건방지게 말했지만, 출판업자로서 살아남으려면 한 가지 조건이 더 충족되어야 합니다. 팔릴 책이어야 해요. 팔린다는 건 수요가 있다는 의미이고, 그 수요를 알려면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끊임없이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요. 저와 취향과 관심사가 같은 독자가 필요로 하는 책이 어떤 책일지 늘 궁리합니다. 제가 앞으로 만들 책은 그런 고민 끝에 나온 책일 거예요. 






《Things What You Read: 이 시대의 에디터 10인이 함께 만든 당신의 책》 © Magazine B


*이 글은 《Things What You Read》의 일부입니다. 《Things What You Read》에는 제6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한 에디터 10인의 인터뷰가 담겨 있습니다. 브런치와 매거진 《B》의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작된 이 책은, 9월 16일부터 YES24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전 14화 에디터로서의 원칙이나 철학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10인의 에디터에게 묻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