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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스토리팀 Mar 22. 2016

작가 인터뷰 05 - 고수리

꿈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

대부분의 브런치 작가들이 독자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독자들의 반응에 가장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 분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최근에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라는 책을 출간한 고수리 작가님 입니다.


댓글을 남겨준 독자들에게는 늦더라도 꼭 답글을 남기는 작가.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어서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다며 항상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작가.

인사치레가 아닌 진심을 가득 담은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 새 훌쩍 다가온 따뜻한 봄,

그 봄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을 가진 고수리 작가님의 이야기를 브런치 작가 인터뷰에서 만나보세요!








#01

한여름에도 따뜻한 카페라떼를 마시는 여자


저는 주로 환한 낮, 카페에서 글을 씁니다. 책을 집필하면서 라테를 100잔 정도는 마셨을 거예요. (웃음) 해가 질 즈음이면 카페에서 나와, 발이 닿는 대로 걸어 다닙니다. 색채가 변하는 풍경들, 사람들, 고양이들을 구경해요. 영감 대부분을 이 시간에 얻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여행보단 산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매일 똑같은 하루 같지만,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들에 애정을 느껴요.  


집 근처에 단골 카페가 있어요. 브런치에 올렸던 글의 90퍼센트를 이곳에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인연이라는 게 정말 신기해요. 그곳에서 알게 된 카페 매니저님이 팟캐스트 제작자이신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 <당신의 물건>이라는 팟캐스트에 제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를 들고 출연하게 되었답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 제 글을  입체낭독하는 콘텐츠도 함께 기획 중이에요.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건 정말 신기하고도 대단한 일입니다. 이렇듯 아주 사소한 인연으로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02

부족한 자신감


사실 저는 제 글에 자신이 없었어요. 칭찬보단 독설로 글을 혹독하게 평가받는 일을 계속 해왔고, 보통 에세이들과는 다르게 투박한 제 글이 책으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득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책 작업을 시작할 때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어요. 그런데 담당 에디터님이 “전 작가님 글에 확신이 있어요. 작가님은 이미 멋진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자신감을 가지셔도 괜찮아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제게는 아주 큰 힘이 되었습니다.


출판에 대해 잘 몰랐던 저는, 그동안 브런치에 올렸던 글을 선정해서 다듬어 실으면 되는 건 줄 알았어요. 당시에 90편 정도의 글을 발행했던 터라 ‘분량 걱정은 없겠구나.’ 생각했었죠. 하지만 거의 30편 정도 새로운 원고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때부턴 밤잠을 설쳤습니다. 세상에! 더 쓸 얘기가 있을까요? 게다가 책에 실을 글이라면 지금껏 썼던 글보다 훨씬 더 잘 써야 하잖아요. 아주 끙끙 앓았죠. 그러나 서둘러 출판하기보단,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끙끙대면서 하루에 한 두 편씩 새 글을 썼어요. 그래도 쓰다가 좋은 글이 나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더군요. 그때의 기분은 정말 말로 다 표현 못 해요!




#03

누군가의 엄마, 그리고 아빠


제 책에는 엄마가 많이 등장해요. 하지만 정작 엄마는 제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실도 모르셨어요. 너무 부끄러워서 얘기하지 않았거든요. 나중에 출판 계약을 했을 때야 말씀드렸어요. 엄마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책에 쓰고 싶다고.  부담스러워하시거나 싫어하실 줄 알았어요. 하지만 오히려 엄마는 저를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까짓것 한 번뿐인 인생인데 그냥 써.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딸이 내 얘길 써준다니 영광이야.”라면서요.


세상이 그저 깜깜하다고만 생각했을 때가 있었어요. 마음이 아프고 힘들고 지치고. 그런데 문득 깨달았어요. 깜깜한 이 길을 나보다도 먼저 걸어간 사람이 있었다는 걸. 바로 엄마였어요. 우리의 부모님들, 저는 팍팍한 삶을 살아내고 가족들을 지켜낸 부모님들을 존경해요. 그분들이 제 책을 읽으시고 지나간 청춘, 깜깜했던 어둠, 그럼에도 소중히 지켜냈던 일상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회상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들의 삶을 그토록 따뜻하고 뭉클하게 바라봤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04

딱 한 달만 매일 글을 써보자!


작가로서는 아주 부끄러운 고백인데, 전 지금껏 한 번도 다이어리나 일기를 꾸준히 써본 적이 없어요. 당장 오늘내일이 어찌 될지 모를 스펙터클한 시간을 살아왔던 탓일지도 모르겠어요.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 ‘브런치 작가’라는 그 이름이 너무 좋아서 “딱 한 달만 매일 글을 써보자!”하고 다짐했습니다.


날마다 근사한 제목을 짓는 일이 힘들 것 같아서 요일별로 키워드를 제시하면 어떨까.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요일이라는 콘셉트를 잡았고요. 그렇게 ‘그녀의 요일들’이라는 매거진을 만들고 30일 동안 매일매일 글을 썼어요. 솔직히 쓰는 동안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경험으로 깨달은 게 있어요. 글은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쓰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걸요.


오로지 나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했지만, 쓰다 보니 나를 둘러싼 일상과 주변 사람들까지 새롭게 보이더군요. 너무도 익숙하고 사소해서 눈에 띄지 않았지만, 사실은 아주 중요한 우리 삶의 반짝임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하고선 자연스럽게 메모를 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스쳐 가는 사람들의 대화를 적어두기도 하고, 풍경을 찍어두기고 하고, 책 속의 구절을 옮겨 적기도 해요. 그 후로도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두 편씩은 꼭 꾸준히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05

‘상처’ 혹은 ‘불행’이라고 부르는 것들


저와 주변의 이야기를 주제로 글을 쓰는 특성상 사생활이 드러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이예요. 그것에 대한 망설임도 걱정도 아주 많아요. 책을 쓸 때는 더 심했어요. 책 속에는 더 솔직한 이야기들이 들어있거든요. 하지만 가족들이 든든하게 지지해줘서 쓸 수 있었어요. 하루는 이런 문제로 걱정하는 제게 동생이 말했어요. “왜 상처받은 사람들은 조용히 숨죽이고 살아야 해? 그건 말도 안 돼. 누나, 떳떳하게 글 쓰고 더 많은 사람을 위로해 줘.”라고요. 참 고마웠죠.


그런 어두운 것들을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아요. 많이 힘들죠. 괜한 사연팔이라는 손가락질이나 징징거린다는 외면을 받기도 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솔직한 글을 썼던 이유는 스스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리고 나아가 저처럼 아픈 사람들에게 온기를 나눠주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제 글을 읽어주리라는 기대는 없었어요. 혹시나 마음이 아픈 이들이 우연히 지나치다가 제 글을 읽는다면, 그저 함께 공감하고 위로받길 원했습니다. 어떤 위로는, 지나가는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충분할 때가 있거든요. 제 글이 그런 위로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06

소중한 사람에게 보내는 따뜻한 메시지


오늘 하루가 가기 전에 소중한 사람에게 따뜻한 메시지 하나 보내보세요. 전화로는 말하기 간지럽고, 얼굴 보고 건네기엔 머쓱한 그런 말 한마디 있죠.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책 제목을 지으면서 생각했어요.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위로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다고요. 지금 우리 곁에 누군가는 홀로 깜깜한 어둠 속을 걷고 있을지 몰라요. 그때 다정하게 건넨 당신의 말 한마디는 밤하늘 달빛처럼 희미하게 빛날 겁니다.



그거면 충분해요.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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