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작가
Q. ‘브런치’라는 공간에 대해서 알고 계셨나요?
브런치, 아주 잘 압니다. 요즘 감성을 공부하려면 여기에서 좀 놀아야 하죠.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여기서 활동하는 많은 분들을 만나 맥주 한 잔 하고 싶더군요. 사진 잘 찍는 분들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요.
Q. 짧은 콘텐츠가 인기인 요즘도 긴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공간에 꾸준하게 사람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아무 일도 없는 일상을 살잖아요,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라도 '어떤 강렬함'에 홀릭돼 있는 거 아닐까요. 이젠 특정한 사람이 느낌을 주는 시대도 아닌 것 같아요. 그만큼 마음을 씩씩하게 여는 시대도 아닌 것 같고요. 브런치 같은 공간에서 아주 약한 전류를 느끼는 거죠. 그 전류로 인해 충전받는 기분도 들고요. 요즘 사람들은 모니터 앞에서 자신 있습니다. 자신 있게 자신을 드러내고, 큰 액션으로 공감하고, 그러면서 자신의 외로움을 단속하고요.
사람 마음 안쪽에 아름다운 섬 하나가 있을 거라고 믿고,
그것을 갖겠다고 욕심내 보세요.
Q. 주변에 글을 쓰고 싶어도 무엇을 써야 할지 조차도 몰라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해야 할까요?
저의 경우는, 누군가의 좋은 글을 보면 괜히 가슴 안쪽이 물들었어요. 그게 나를 흰 종이 앞으로, 또 책상 앞으로 이끈 것이죠. 아, 이렇게 타인을 막무가내로 물들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놀라움이 우리를 글 쓰게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작가의 글투를 따라 하기도 하고, 그것을 극복하기도 하고요.
일단은 글에 대한 욕구가 자기 안에서 시작되었다면,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화학작용을 가져와야겠죠.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자기와 잘 맞는 작가를 골라 그 작가가 써 내려간 세계를 따라가는 것도 일차적인 방법일 수 있어요. 그러면서 과연 내가 무엇을 쓸 수 있을지를 세우고, 허물고 다시 세우고 허물고를 반복하는 과정에 있겠죠. 그런 와중에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일이나 사건 하나가 그 시기를 관통할 때, 글을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서게 되고요.
Q. 모두 ‘좋은 글’을 이야기하는데,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좋은 글은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좋은 글은, 분명한 건.... 사람을 움직이는 글일 거예요. 좋은 글을 읽으면 가슴이 막 간지러우면서, 안으로 안으로 수많은 꿈틀거림과 진동과 여진까지 느끼게 돼요. 책은 한 개인이 읽는 행위로 시작되지만, 그 개인의 감정들이 모이고 모여 어떤 물결을 형성하지요. 한 작가의 책 한 권으로 엄청 큰 파문을 형성하는 거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사람을 들여다봐야죠. 식물이 햇볕 쪽으로 자라잖아요. 글의 향일성은 사람한테 있어요. 사람들의 생각, 사람들의 이면, 사람들의 이상 같은 걸 계속 따라가 봐야죠. 내 글이 사람들한테 이해받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나쁘지 않아요.
Q. 작가 이병률이 계속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또 지금까지 썼던 작품들 이외에 작가로서 꼭 써보고 싶은 글이 있으신가요?
사람을 좋아합니다. 사람을 좋아하게 타고난 것도 있고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해서 늘 옆에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제 옆엔 항상 사람이 있어요. 좋은 사람들이고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죠. 그 안에서 엄청난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람 때문에 살 수 없을 것 같은 지경에 이르러서도 결국은 글 쓰는 데 그게 힘이 돼요. 다른 장르의 글쓰기는 관심은 있지만 애써 모른 체하기로 하고, 시를 쓰고 싶어요. 시를 많이, 더 쓰고 싶습니다.(웃음)
Q. 선배 입장에서 브런치를 통하여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자신의 책 출간을 꿈꾸고 있는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스타일을 가지세요. 그렇다면 시선을 잡아끌겠죠. 또 색깔을 가지세요. 그 색깔은 세상에 없는 색이면 좋을 테고, 그러면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일으키겠죠. 쓸 수 없을 것 같은 글을 쓰겠다고 책상 앞에 앉아서의 두근거림이나 막막함, 그런 것들도 즐기세요. 그리고 사람 마음 안쪽에 아름다운 섬 하나가 있을 거라고 믿고, 그것을 갖겠다고 욕심내 보세요. 책은 내든 내지 않든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라고 믿어보는 것도 어쩌면 좋은 영향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겁니다.
Q.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을 목표로 시작한 브런치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작가들에게 브런치가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지 한 말씀 부탁드려요.
지금으로서도 충분히 좋은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왠지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이 안에는. 힘을 얻고 충전을 하고 또 새로운 세계를 보고... 그러다 나 역시 이 공간에 몸을 담고 싶고, 이 공간에서 살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들거든요. 브런치 안에서 활동하는 감성이 굉장한 친구들, 글이 좋은 친구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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