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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씨 Feb 09. 2023

매일 만나고 매일 헤어져

어제는 날루수안이라는 섬으로 스노클링을 나갔다. 현지에서 다른 가족과 조인해서 큰 배를 빌려 나갔는데 필리피노 스텝이 8명이나 와서 우리를 챙겨줬다. 어찌나 아이들에게 잘해주던지 낯 심하게 가리고 까탈스러운 우리 집 둘째(라고 쓰고 여행지 빌런이라고 읽는다)까지 깔깔거리며 웃고 안기기까지 했다.

하루종일 같이 바다수영을 하고 헤어지는데 나는 그토록 애들에게 잘 해준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헤어짐이 너무 슬프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들은 스텝 한 명이 말했다.


우리는 매일 만나고 매일 헤어져.


관광객들과 일하는 사람들의 삶은 그런 만남과 헤어짐으로 채워져 있겠지. 나에겐 특별한 새 만남과 아쉬운 헤어짐이겠지만 그들에게는 일상의 모습 중 하나겠지. 선크림도 바르지 않고 하루종일 바다에 들어가 관광객들의 손을 끌어주며  불가사리며 산호를 보여주는 사람들. 거북이나 참치를 찾아주는 사람들. 니모 같은 물고기를 보면 꺅꺅 소리를 내며 호들갑을 떠는 하루짜리 사람들과 매일을 보내는 사람들.

나도 그런 짧은 만남들 중에 하나였다.

그래도 나 혼자 아쉽고 슬퍼서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교환했다. 호텔로 돌아와 같이 찍었던 사진을 보내줬더니 땡큐, 아미고. 언젠가 필리핀에 다시 돌아오길 기다릴게. 이렇게 답장이 왔다.


이제는 떠날 시간이다.

잘 익은 망고와 노란 수박이 넘치는,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나라를 떠난다.

하도 타서 얼굴이며 손에 껍질이 벗겨지는 애들을 데리고 눈 내리는 겨울이 있는 나의 나라로 돌아간다.

오직 바다가 나온 몇백 장의 사진만이 내가 일상을 떠나 먼 곳에 다녀왔다는 증거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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