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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씨 Feb 16. 2023

책이 출간되었어요.

부너미가 기획하고 제가 공저로 참여한 책이 이매진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어요. 제목은 [우리 같이 볼래요?]입니다.

 엄마 역할을 매일 수행하는 사람 스무 명이 모여 쓴, 영화와 맞닿은 삶 이야기입니다.

아이 양육자로서 이세상을 살아가는 분이라면 가슴에 가 박힐, 혹은 쓰담쓰담 위로가 되어 줄 부분이 곳곳에 서려 있습니다.


 읽고 마음에 위로가 되실 수 있기를 바라며.


<출판사 서평>


엄마에게는

영화가 필요하다


밥 짓기, 애 보기, 밥 짓기, 돈 벌기, 밥 짓기, 싸우기……. 결혼하거나 출산한 여성들은 돌봄과 양육과 일로 촘촘한 일상 속에서 흔들린다. 페미니즘 리부트를 거친 뒤에도 변화는 더디다. 집 안에서 벌이는 투쟁은 여전히 외롭고 처절하다.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기혼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모인다. 결혼한 여성들의 삶을 탐구하는 모임 ‘부너미’다. 언제까지 세상이 바뀌기만 기다릴 수는 없다고 깨달은 엄마들이 우리 손으로 변화를 만들어내자며 함께 읽고 쓰고 듣고 말한다.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와 《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를 출간해 아직 여전한 세상에 목소리를 내온 부너미가 이번에는 영화로 말을 건다. 엄마들이 모여 함께 영화 보고 삶을 나눌 수 있게 돕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영화가 스크린 넘어 세상을 바꾸듯 엄마들이 영화 보고 쓴 책도 세상에 조그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휩쓴 최신 흥행작 말고, 어려운 말 쓰는 영화 평론가들이 추천한 영화 말고, 가정에 고립된 엄마들이 온라인 동영상(OTT) 서비스로 볼 수 있는 ‘엄마 영화’ 26편을 골랐다. 결혼 제도나 혈연관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족에 관한 상상, 동등한 가사 분담, 이혼 부부의 건강한 관계 맺기, 성평등 육아, 고부 연대, 출산 뒤 몸에서 일어난 변화와 자기 긍정, 부모 돌봄, 일과 삶의 균형 등 다양한 주제를 담은 영화들이다. 흥미로운 영화 이야기에 더해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가려는 기혼 여성들이 맞닥트린 현실 속 고민, 좌절, 혼란, 실천도 만날 수 있다. 따로 보고 같이 나누는 영화 이야기의 주인공은 평범한 엄마, 바로 당신이다.


밤 열 시,

‘육퇴’하고 시작하는 같이 혼자서 영화 보기


모두 잠든 시간, 집안일과 돌봄에서 겨우 벗어난 엄마들은 꾸벅꾸벅 졸음이 쏟아져도 쉽게 잠들 수 없다. 귀하디귀한 나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일상에 쫓겨 희미해지는 진짜 나를 또렷이 마주할 순간이다. 고립된 엄마들은 혼자서 동영상 서비스에 접속해 같이 영화를 본다. 그러고는 영화 이야기인 듯한 내 이야기, 내 글인 듯한 영화 에세이를 쓴다. 영화를 보고 글을 쓰면서 ‘B급 며느리’와 ‘B급 시어머니’가 만나고, 맞벌이 부부의 주 양육자라는 자각에 힘들어하고, 잃어버린 나를 찾자는 마음으로 영화관으로 향하고,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를 부리기로 결심한다.


부너미가 쓴 엄마들의 영화 이야기는 세 가지 해시태그로 갈무리된다. 1장 ‘조조할인’에서 엄마들은 〈우리집〉, 〈기생충〉, 〈자일리〉, 〈보이후드〉, 〈우리의 20세기〉, 〈결혼이야기〉, 〈톰보이〉, 〈B급 며느리〉를 본다. 2장 ‘심야 영화’에서 만나는 엄마들의 영화는 〈툴리〉, 〈펭귄 블룸〉, 〈박강아름, 결혼하다〉, 〈남매의 여름밤〉, 〈레볼루셔너리 로드〉, 〈벌새〉, 〈소공녀〉, 〈욕창〉, 〈케빈에 대하여〉다. 3장 ‘주말의 명화’에 담긴 목록은 〈82년생 김지영〉, 〈찬실이는 복도 많지〉, 〈디 아워스〉, 〈마나나의 가출〉, 〈안토니아스 라인〉, 〈비포 미드나잇〉, 〈블랙 위도우〉,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크루엘라〉다.


구호보다 공감으로

가부장제를 흔들고 나를 찾아가기


“서는 데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웹툰 〈송곳〉에 나온 이 대사처럼 같은 영화도 결혼, 임신, 출산, 양육이라는 경험을 통과한 뒤에 다시 보면 새롭게 다가온다. 영화관 스크린에서 거실 텔레비전이나 서재 노트북으로 보는 장소까지 바뀐 지금은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날 선 구호보다 느린 공감이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우리 같이 볼래요?》는 부너미가 지금까지 낸 두 책처럼 강하고 도발적인 주제를 담고 있지 않다. 온라인으로 좀더 많은 엄마들이 모여서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엄마들의 일상에 좀더 깊이 파고들어 누구나 고개 끄덕일 만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다. 영화는 공감을 끌어내는 힘을 지닌 예술이고, 공감에 바탕한 이야기들은 좀더 쉽게 전달되리라 믿은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짧은 글들이 가부장제에 제기하는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영화가 아니라 삶을, 내 삶에 스며든 영화 이야기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같이 볼래요?》는 기혼 여성의 관점으로 영화를 보려 노력한 결실이다.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아내, 엄마, 딸, 며느리 같은 ‘정상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이 기혼 여성이라는 위치에서 다양한 영화를 매개로 느낀 감동과 기쁨, 혼란과 좌절, 희망과 실천적 노력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엄마의 모습은 여전히 단편적이고, 영화 평론가나 학자가 엄마의 삶을 분석한 글은 뭔가 불편한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 같이 볼래요?》를 함께 쓴 우리의 목표는 결혼 제도 바깥에 서 있는 여성들까지 포함해 영화 이야기를 우리들의 이야기로 계속 이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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