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발간되고 나서 북토크나 강연에 참여할 일이 생기고, 주간 연재처에 작가 프로필을 업데이트해야 할 일도 생겼다.
새로 생긴 일들에 꼭 필요했던 것이 (작가다운)사진이었는데 당최 그런 게 없었다. 근 십년간 혼자 찍은 사진 자체가 없었다. 사진첩엔 온통 애들 사진 뿐.
북토크 작가소개란에 약력과 사진을 채워넣어야 했는데 나는 애랑 얼굴 부비며 웃긴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밖에 없는 거다. 주간 연재처프리즘에서도 유일하게 갖고 있는 독사진(그마저도 마스크를 끼고 있는...)을 작가 프로필에 등록했더니 아주 친절하게 '혹시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게 되면 교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하고 메일을 보내왔다.
그래서...
시골 무지렁이가 프로필 사진 촬영을 예약했다. 마침 아는 분이 스튜디오를 여셔서 초대해주신 덕분에 좀 더 쉽게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촬영 전에 급 다이어트를 해볼까 하다 그만뒀다. 안 그래도 버거운 삶, 절식으로 고통을 더하기 싫었다(그냥 먹고 싶은 거 먹으며 살고 싶다는 뜻). 그래서 그냥 현대 기술을 믿기로 했다. 전문가분이 알아서 잘 깎아주시겠지. 다만 촬영 전날 밤 목 마른 걸 꾹 참고 잠이 들었다. 밤에 물 마시면 오후까지 부기가 잘 안 빠지는 사람이라.
다음날 아침.
화장 안 한지 어언 5년, 화장품이라곤 씨가 말라서 선크림이랑 립밤만 바르고 갔다. 현대 기술을 다시 한 번 굳게 믿으면서.
지인이 새로 차린 스튜디오는 넓고 깔끔했다. 큰 창으로는 햇빛이 잘 들어왔고, 길이가 딱 맞게 재단된 흰 커튼이 화사한 분위기를 돋웠다. 검은 배경, 회색 배경 두 가지로 촬영을 진행해보기로 했는데 스튜디오 중앙에 놓인 촬영용 의자 주위로 조명이 빈틈없이 놓여있었다. 처음엔 조명 팡팡 터뜨리며 연출된 사진을 찍는 게 너무 인위적이고 어색해서시간이 빨리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만 들었다.
하지만 베테랑인 지인의 능력-인물사진 전문가에게 사진 찍는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피사체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능력이란 걸 알 수 있었다-으로 이내 제법 작가다운 포즈 ㅋㅋ 를 취할 수 있었고 순식간에 사진 수백장을 찍었다.
어색한 시선처리를 단정하게 :)
빙구 웃음
원래 보정본 한 장 받는 촬영이었는데 지인 찬스로 세 장이나 받았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내 얼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자연스러움을 더해준 느낌. 부드러운 빛이 전신에 환하게 비치는 듯학 느낌을 살려주었다. 역시 전문가의 스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