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투고 원고에 대한 거절 메일을 받았다. 이러다 거절 메일에 대한 감상으로만 책 한 권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출판사가 있다. 대표님이나 메인 편집자님이 쓰신 서평이 따듯하고 섬세해서 꼭 이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싶어지는 곳. 그런 출판사에 투고할 땐 더품을 들인다. 그 출판사에서 펴낸 책 중 어떤 작품이 마음에 들었으며 어떤 문장이 기억에 남는지, 내 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세세하게 써서 투고한다.
그렇게 메일을 보낸 출판사에선...
정성스러운 거절 메일을 보내 주신다.
보통 출판사들은 원고가 마음에 안 들면 거절 메일을 잘 안 주시는데, 정성 들여 투고 메일을 보낸 곳에선 거절 메일도 정성스럽게 써 주신다. 왜 내 원고를 출간할 수 없는지, 해당 출판사에서 지향하는 바는 어떤 것인지, 부족한 부분은 어떤 점인지 꼼꼼하게 답변해 주신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웃긴 게그런 메일을 받으면 더 미련이 남고 속상하다. 이렇게 좋은 출판사하고 책을 내 보고 싶은데 내 깜냥이 그만큼 안 되니까.
바라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너무 크다.
그러다, '아직' 큰 거라고 고쳐 생각한다.
아직.
단독 저서를 내 보지 않았고, 나와 잘 맞는 편집자님을 만나지 않았고, 기성 작가들만큼 많은 글을 써 보지 않았고, 책장이 무너질 만큼 많은 책을 읽지도 않았다.
아직.
아직은 그렇다.
시간이 필요하다.
글을 쌓아가고 경험을 쌓아가고 그에 걸맞은 삶을 쌓을 시간이 아직 더 필요하다.
그러니 오늘은 거절 메일에 마음 무너지지 않기로 한다. 포기하고 무너지고 외면하는 일은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