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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씨 Mar 20. 2023

내 몸

일주일에 3번 요가원에 가서 1시간 반 정도 운동을 한다.

야근이 잦은 배우자를 대신해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자전거 공원으로 도서관으로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간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뭐라도 쓰고, 공모전 준비도 한다.

매 주 다른 그림책을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다.

청소, 빨래, 설거지를 매일 한다.

매일 아이들에게 5권 이상 책을 읽어 준다.

매 주 영어 스터디를 한다.

일주일에 5번 학생을 가르친다.

웬만하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날씨가 선선하면 혼자서도 멀리 걸어갔다 온다.

한달에 적어도 4권은 새 책을 읽는다.

매 끼 식단을 기록하고 칼로리를 조절하려 애쓴다.

16시간 공복을 최대한 지킨다.


애쓴다. 열심히 살려고.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인생에서 최대로.


하지만 이런 나의 열심은 내 몸과는 상관이 없다.

몸무게는 계속하여 상승곡선을 그리거나 정체되어있거나 한다.

전에는 인생 최대의 몸무게에 충격을 받았으나 이제는 그마저 무심해졌다.


하지만 속상하다.


자주 속상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외면하려 애쓰고, 어떨 땐 지나치게 들여다보려 애쓴다.

몸 때문에 자주 초라함과 모멸감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그 것이 몸 때문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록산 게이의 <헝거>는 내 이야기이다.

나는 내 몸에 갇혀 매일 내 몸을 생각하고 내 몸의 외양정신의 탓, 혹은 게으름의 탓이 아님을 자주 입증하고 싶어한다.

'매일 몇 번 ~한다' 라고 내 일상을 수치화하는 것도 내 몸이 내 탓이 아님을 입증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자신을 미워하는 동시에 천착한다.


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지 이미 오래이다.

이런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 요가를 하고, 걸으러 가고, <헝거>를 거듭 읽는다.

하지만 오랜 세뇌의 세월이. 가장 쉬운 방법인 나를 탓하기를 선택한다.


건강해지고싶다. 자유로워지고 싶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나아감을 느끼고 싶다.


내 몸 때문에 나는 늘 제자리에 고여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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