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하는 날의 요가

피 흘리는 웃기는 몸과 함께

by 수현씨

생리 이틀째.

몸 상태를 이거보다 잘 설명할 말이 있을까?

생리 컵을 사용해서 뜨끈한 굴 낳는 듯한 불쾌한 기분은 덜었지만 그래도, 내 몸속 어디선가 꿀럭꿀럭 피가 나오고 있고 생리 컵에 조륵 조륵 담기고 있다는 느낌이 먼 곳에서 오고 있다. 그렇다. 먼 데서 오고 있다. 피가 바깥으로 나오고 있지만 나오는 곳은 몸 깊숙한 곳에 있기에 나는 먼 북소리처럼 내 포궁과 포궁 내막의 탈락을 느낀다.


나는 배란기에도, PMS에도, 생리 중에도 호르몬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기분이 들쭉날쭉해지는 건 둘째치고 골반통이 심하다. 비뚤어진 골반이 신호를 보내온다. 내 몸속에서 한 달에 한 번 어김없이 자기가 포궁을 받치고 있는 존재란 걸 티를 낸다. 오른쪽으로 특히 기울어진 골반과 골반 기저근, 장요근이 뻐근해지면서 절뚝절뚝 걷게 된다. 배우자는 절뚝거리는 나를 보면서 그냥 미레나 시술 같은 걸 받으면 낫지 않겠냐, 매달 그 통증을 어떻게 견디냐 말을 얹는다.

미레나 시술받아도 부정출혈 계속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아무튼 생리 이틀째.

요가를 좋아하지만, 정말 좋아하지만 생리통이 몸을 덮치는 날은 눈도 코도 없는 아메바처럼 찬 바닥에 가만히 누워만 있고 싶다. 그런데 골반이 계속 신호를 보낸다. 야. 너 지금 누워있으면 허리 더 아프다.

와. 골반통 대단하다. 나를 일으켜 세워 머리를 감게 했다. 한의원 가는 심정으로 요가원에 기어 들어갔다. 오늘 장요근 집중 인요가하는 날이니 가서 골반 좀 조져주면 골반통이 생리통을 덮어 주겠지.


생리할 때는 온몸이 뻣뻣하다. 허리도, 어깨도 평소보다 더 안 돌아간다. 난 후굴은 잘 못해도 전굴은 잘 되는 몸인데, 앞으로 몸을 숙이는데 햄스트링이 안 펴진다. 허리가 자꾸 굽는다. 목이 안 숙여진다. 가부좌하고 오른손으로 오른 발가락을 잡아야 하는데 어깨도 안 열린다. 발가락이 너무 멀리 있다. 진짜 다 안된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생리할 땐 평소보다 골반만큼은 훨씬 잘 열린다는 믿음. 오늘은 기필코 하누만(다리 세로 찢기) 자세를 성공하고 말리라. 로우 런지에서 골반 열고 햄스트링 풀고 왔다 갔다 한 다음에 ㄱ자로 한 다리 접은 후 반대쪽 다리는 뒤로 쭉 뻗어 엉덩이를 낮춘다. 더. 더. 더. 더 내려가서 배꼽에만 힘을 주고 나머지 부분엔 힘을 푼다. 엉덩이야 바닥에 닿아라.

마침내 엉덩이가 바닥에 완전히 닿고 장요근이 쭉 길어지면서 양쪽 골반이 평행해졌다. 평소 같으면 엉덩이 근육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플 텐데 견딜만하다. 온몸에서 땀이 쭉 나면서 골반쪽이 찌릿찌릿 아프던 게 시원해진다. 기분 좋은 통증. 아이고메 여기가 병원이다. 부항 뜨는 것만큼 시원하네.

하누만 자세로 한참 머물러있다 다시 가부좌로 앉으면 묵직했던 허리가 한결 시원해져 있다. 반대쪽도 똑같이 바닥으로 눌러준다. 로우 런지-하누만 자세를 4분 견디니 이제 절뚝거리며 걷지는 않게 됐다.


생리할 땐 어깨서기나 머리 서기처럼 골반이 머리보다 높은 곳에 있는 자세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해서, 남들 어깨서기 할 때 난 먼저 사바아사나(누워서 가만히 있는 송장 자세)에 들어갔다. 아이고 좋다. 아이고 시원하다. 시큰시큰하던 골반이 부항 뜬 것처럼 뜨끈하게 데워지면서 좀 부드러워졌다. 무릎 굽혔다 폈다 하기도 한결 수월하다.

이 맛에 내가 요가를 못 끊지.


엄마는 요가해서 허리 더 아픈 거 아니냐, 요가 그만둬라 잔소리를 하곤 한다. 하지만 엄마도 이 기분-아픈 부위를 호되게 잡도리함으로써 오히려 통증을 덜어내는-을 알면 요가원 가는 날만 기다리게 될 거다.


땀과 피를 뻘뻘 흘리며 요가하고 집에 와서 생리 컵을 비우는데 꿀럭, 하고 생리혈이 한꺼번에 나왔다. 운동하고 혈액 순환이 좋아져서 그런가? 포궁 내막 탈락은 혈액순환이랑은 상관이 없나? 아무튼.


오늘은 피가 철철 나지만 잔인하거나 슬프지는 않은, 웃기는 내 몸과 요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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