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야나마스까라 열 번만 하면

미노이 영상만 보고 진짜 시작해야지

by 수현씨

어린이들이 모두 자기가 가야 할 곳으로 가 준 수요일.

아침부터 쏟아지는 해의 열기를 느끼면서 왼쪽엔 선풍기, 오른쪽엔 얼음물, 중앙엔 항불안제 약봉지를 놓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우리 요가원은 일주일에 네 번 수련하는데 수요일은 휴무이다. 그래서 여러모로 여유롭다. 수련 첫 타임에 맞추느라 손에 모터 달고 부아아아앙 머리 감고 연자방아 돌리듯 애 이 닦이고 옷 갈아입히고 뭐 그렇게 안 해도 된다. 천천히. 책도 한 권 더 읽어주고. 나도 대충 집에서 입던 옷 걸치고 둘째 등원시키고 나면 진짜 내 시간이 시작된다.


원래 오늘은 글쓰기 모임을 하는 날이었는데 지역 코로나 확산세가 너무 심해서 대면 모임이 취소됐다.

갑자기 비어버린 아침 시간.

혼자 수리야나마스까라를 해 볼까.

우리 요가원에서는 수리야나마스까라 A, B타입을 각각 5번씩 하는데 그렇게만 해도 온몸에 땀이 쭉 나고 심술궂게 굳어 있던 햄스트링이 쭉 펴지면서 말려있던 어깨가 열린다. 마지막 회차를 돌 때는 팔이 부들부들 떨리지만, 열 번을 마치고 정렬을 맞춰 요가매트 앞에 섰을 때의 그 시원함! 비뚤어졌던 골반, 어깨, 허리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느껴지는 후련함이 있다.


나는 기립근이 딱딱하게 굳어있고 허리 통증이 심한 사람이라 업 독(위를 바라보는 개 자세)을 하면 처음엔 무지 아프다. 찌릿찌릿한 통증이 어깨까지 올라온다. 그런데 수리야나마스까라 7회 차 정도까지 오면 허리가 부드러워진다. 허리가 유연해지면 어깨도 힘이 덜 들어가고 다리도 더 쭉 펴진다. 아. 그때 느끼는 희열. 허리통증이 덜어지는 데서 느끼는 만족감도 쭉 어깨까지 따라올라온다.


다른 요일들은 아침 일정이 요가로 고정되어있는터라 수요일엔 항상 뭔가 할 일이 많았다. 장을 본다든가, 오래 못 만났던 친구를 만난다든가, 독서토론이나 글쓰기 모임을 한다든가. 그래서 혼자 수련할 기회가 잘 없었다.

수련 실력이 늘고 몸이 좀 덜 아프려면 혼자서도 요가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혼자 있을 땐 아무래도 본격적인 요가 시퀀스는 잘 안 하게 된다. 폼롤러 위에서 뒹굴뒹굴하면서 근막 마사지나 하는 정도로 그친다.

그런데 모처럼 시간이 생겼으니 혼자 수련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오랜만에 김연우 목소리 들으면서 하면 더 좋겠지. 정신없이 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가 있을거다.

요즘 너무 사랑하는 미노이 영상 하나 마지막으로 보고 밝은 기운을 받아서.


땀 한 바가지 흘릴 준비를 하고 매트를 깐다.


키가 커지는 느낌으로, 거북목은 길게 펴고, 정수리는 하늘에서 잡아당기는 것처럼 높게, 날개뼈를 모아 어깨를 열고 바르게 서서.

수리야나마스까라 A,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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