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잉 볼 소리를 들어봐
요가원의 분위기는 독특하다.
물론 전 세계의 모든 요가원을 가 본 것은 아니니 아마도 내 경험치는 좁고 편파적일 것이다. 하지만 요가원에는 요가원만의 특수한 형태의 품위와 분위기가 있다고 굳게 믿고 있기에,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해버리고 싶다.
요가원의 분위기는 독특한 데가 있다.
입구 멀리서부터 아로마 오일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나온다(이 또한 아마도 우리 요가원 한정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각종 아로마 오일 판매점에서 요가강사 할인 패키지가 있는 것을 보면, 많은 요가원에서 아로마 오일을 수련 시 사용하는듯하다).
쌉싸름한 라벤더의 풀향, 페퍼민트의 톡 쏘며 눈앞이 시원해지는 멘톨 향, 오렌지나 자몽의 상큼하고 달콤한 향이 뒤섞인 부드러운 공기가 온몸을 감싸며 옷과 피부에 스민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드러운 옷을 입은 여자들이 더러는 바닥에, 더러는 화려하게 수 놓인 코끼리 문양 방석에 앉아 있다. 사락사락 옷자락 스치는 소리를 내며 조용히 웃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다양한 체형을 가진 여성들이 몸의 라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딱 붙는 요가복을 입고 마구 다녀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공간이다. 척추의 중립을 스스로 맞출 수 있는지, 열 발가락을 모두 다른 방향으로 펼칠 수 있는지, 배 힘만으로 다리를 끌어올려 머리 서기를 할 수 있는지 등이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화제가 된다. 누가 머리 서기를 성공했다더라 하면 다들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엄청난 칭찬을 쏟아 붓는다.
수업이 시작되면, 모두가 한목소리로 ‘나마스떼’하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인사를 한다. 다들 몸이 많이 아프고서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기에 서로의 아픈 몸에 대한 공감이 있다. 차투랑가 단다아사나, 나크라아사나, 부장가 아사나,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동작들이 게을렀던 육신을 몰아세운다. 점차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난다. 이런 곡소리의 하모니는 서로에게 큰 위로와 공감을 불러온다. 아. 나만 이렇게 괴로운 게 아니구나.
요가에도 서스펜스와 반전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반전은 어려운 자세를 끝까지 버티는 사람은 보통 나이 많은 언니들이라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운동을 잘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했다는 것을 가슴 깊이 깨닫게 된다. 강사님이 해먹에 매달린 채로 팔굽혀펴기 200번을 시키셨을 때, 한 번도 쉬지 않고 끝까지 횟수를 채운 단 한 사람은 예순두 살 언니였다.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느냐고 묻자 언니는 씩 웃으며 ‘이게 제일 좋아, 아무 생각 안 나니까. 요가원을 나가는 순간부터 정말 버티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지.’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는 처음 요가원에 간 날 울었다.
둘째를 낳고, 잠이 너무나도 얕은 예민한 아기와 단 둘이 집에 갇혀 매일 되풀이되는 독박 육아를 견디기가 미치도록 힘들었다. 그래서 13개월이 갓 지난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도망치듯 간 곳이 요가원이었다. 어깨는 큰 돌을 얹은 듯 욱신욱신 쑤시고, 무릎은 칼바람이 지나듯 시렸으며, 팔이 잘 돌아가지 않았다. 당연히 첫 수업 때 동작을 따라가지 못해 다른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하는 동안 그 모습을 손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남들은 쉽게 하는 자세 같은데도 나는 인대가 찢어질 듯 아팠고, 폼롤러로 근육을 푸는 스트레칭 시간에도 혼자 앓는 소리를 내며 괴로워했다. 그런 고통 가운데서도 시간은 공평하게 흘러, 마지막 사바아사나-누워서 심신을 안정시키는 자세-시간이 돌아왔다. 누워서 눈을 감는데 강사님의 말씀이 들려왔다.
“나는 왜 이렇게 아플까, 이것도 못할까 하며 스스로를 탓하지 마세요. 당신이 알아차려 주지 않은 사이에도 몸은 이 모든 아픔을 견디며 걷고 뛰고 무거운 것을 들어왔습니다. 그저 자신을 안아주면서 고맙다, 수고했다,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내가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남은 더 해주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말 아니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아기에게 젖을 물리며 지새운 끔찍하게 외로웠던 수많은 밤들, 어깨가 끊어질 것 같은데 아기를 업고 온 가족의 빨래를 삶고 널고 걷고 갰던 시간들, 밥 한 끼 앉아서 먹지 못하고 화장실마저 혼자 가지 못했던 날들이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러 매트 바닥을 적셨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쳐 주시는 싱잉 볼 소리.
사바아사나 시간에 쳐 주시는 싱잉 볼 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깊은 숲 속의 불길함을 예고하는 듯한 신비로운 소리. 매트 바닥에 누워 싱잉 볼의 소리를 들으면 내 몸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다. 내 몸 안의 피가 싱잉 볼 소리의 진동에 맞춰 타타 다다다닥 튀는 것이 느껴진다.
싱잉볼은 이명이나 난청을 고치기도 하는 사운드 테라피 방법 중 한 가지인데, 크기가 다른 여러 개의 볼을 놓고 돌아가며 친다. 요정들의 숲에서 들릴 법한, 원령공주가 사는 숲에서 들리는 듯한 소리들. 일상생활 속에서 들어 본 적이 없는 소리. 귀에 물리적으로 담기는 듯한, 물질적인 힘과 무게가 있는 소리. 그 소리를 집중해서 듣다 보면 발이 서서히 없어지며 육신이 사라지고, 내 정신만이 동그마니 남아 바람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반동을 즐기는 듯한 느낌만 남는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마침내 한 시간이 흘러 있고, 내 몸은 조금 더 섬세하게 깨어 있으며, 내 정신은 더욱 명료해져 있다. 마음은 태풍이 지나간 후의 고요함처럼, 방금 쓸어 넘긴 말갈기처럼 가지런해져 있다.
나는 오늘도 고통이 내 몸을 휩쓸고 지나간 후의 시간들을 고대하고 있다.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