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보다 무서운 건 근육이 함께 사라진다는 것
오늘 아침, 인바디 기계 앞에서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69.6kg.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90.1kg이었다. 계단만 올라도 숨이 차고, 거울을 피하게 되던 그때. 위고비라는 주사 한 방으로 시작한 감량이 186일째를 맞았고, 드디어 앞자리가 '6'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왜일까.
축하 문자를 보내온 지인들에게 "고맙다"고 답하면서도, 머릿속엔 다른 숫자가 맴돌았다.
골격근량: 30.4kg
2주 전: 31.3kg
근육이 0.9kg 빠졌다. 체중은 1.1kg 줄었는데.
"이 정도면 성공 아니야?"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BMI 23.5, 체지방률 22.2%. 어디 가서 '표준 체중'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숫자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데이터를 한 줄 한 줄 뜯어보니, 뭔가 이상했다.
보름 전 체지방률: 21.1%
오늘 체지방률: 22.2%
체중은 줄었는데 체지방률은 올랐다. 이게 무슨 말일까.
"지방보다 근육이 더 많이 타버렸다는 거잖아."
위고비가 선사한 극강의 포만감 덕분에, 나는 '안 먹는 것'에는 전문가가 됐다. 하루 한 끼도 배부르고, 간식은 쳐다도 안 봤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걸 놓쳤다.
"닭가슴살 한 덩이가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이다.
주사 맞고 살 빠지는 게 신기해서, 근육이 빠지고 있다는 경고등은 무시했다. 아니, 보고도 못 본 척했다. '어차피 체중만 줄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안일함이 있었다.
그 결과가 오늘의 30.4kg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요요'의 정체를 이제야 알겠다.
약을 끊어서 식욕이 돌아와서가 아니라,
근육이 사라진 몸은 기초대사량이 바닥을 치기 때문이었다.
30kg대 초반의 골격근량.
이 정도면 같은 체중이어도 '마른 비만'에 가깝다.
"60kg대 진입 축하해!"라는 말이 무색하게, 나는 지금 작고 약한 비만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186일간의 위고비 다이어트.
나는 이 과정을 비즈니스 프로젝트처럼 관리해 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나는 '구조조정'만 했지, '재건'은 하지 않았다.
90kg대라는 비효율적인 자산을 정리했지만, 30kg대 근육이라는 핵심 경쟁력까지 함께 매각해버린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오늘부터 내 전략은 이렇게 바뀐다.
1. 단백질이 최우선이다
하루 체중 1kg당 1.5g 이상. 69kg이면 최소 100g 이상의 단백질.
닭가슴살, 계란, 프로틴 셰이크. 이건 이제 기호식품이 아니라 필수 생존 물자다.
2. 근력운동은 선택이 아니다
주 3회 이상. 무거운 중량으로. 근육에게 "아직 너희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3.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체중계 숫자보다 중요한 건, 거울 속 내 몸의 단단함이다.
만약 지인이 "나도 위고비 해볼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좋아. 근데 운동 안 하면 그냥 작은 비만인 될 뿐이야."
위고비는 분명 효과적이다.
20.5kg 감량이라는 숫자가 그걸 증명한다.
하지만 이 약은 도구일 뿐이다.
마중물이고, 촉매이고, 출발점이다.
진짜 승부는 약을 끊고 난 뒤에 벌어진다.
그때 나를 지켜줄 건 약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얼마나 근육을 지켰느냐다.
앞자리가 바뀌는 순간, 나는 짜릿했다.
하지만 동시에 알았다.
이건 끝이 아니라 진짜 시작이라는 걸.
이제부터는 속도가 아니라 밀도에 집중한다.
가벼운 몸이 아니라, 단단한 몸을 만들 거다.
"넌 이제 60kg대잖아, 성공했어!"
아니다.
나는 아직 성공하지 않았다.
근육이 30kg대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때,
약을 끊고도 이 체중을 웃으며 유지할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살을 빼고 있나요, 아니면 몸을 빼고 있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다이어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도 앞으로 근육 사수 전략을 공유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