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대행과 흥행사업의 차이점
이벤트와 행사대행이라는 용어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매번 헷갈렸던 용어입니다. 10년 넘게 행사업을 해오면서 이제야 어느 정도 개념이 정립되었습니다. 얘기하자면 이벤트가 행사대행보다 훨씬 큰 범주입니다. 행사대행은 이벤트 안에 있는 하나의 작은 개념입니다. 그렇지만 행사대행과 이벤트는 늘 혼용해서 사용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정확히 보면 맞는 말도 아닙니다. 광고 대행사 및 방송국 계열사 그리고 이벤트 기획사에서 행사를 하는 분들은 대다수가 행사 대행업계 종사자입니다. 행사대행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의를 내려보겠습니다.
행사 대행이란 광고주에게 행사를 의뢰받고 제작 및 연출, 운영 등 전문적인 영역 대행해주고, 그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수익)를 받는 구조업종입니다.
대행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행사대행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제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비스업이 거의 다 이런 구조입니다. 그런면에서 행사대행업도 서비스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를 한번 얘기해보겠습니다. 같은 행사를 하지만 대행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외부에서 투자를 받거나 본인이 직접 투자를 해서 행사를 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도 행사대행과 거의 유사한 업무를 합니다. 그렇기에 이것도 이벤트 범주 안에 있습니다. 용어로 정리해보자면 대행이 아닌 흥행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하지만 여기에 맞는 정확한 용어가 없습니다. 그래서 편의상 이것도 저것도 모두 이벤트라고 하는 것 입니다. 아직까지도 이벤트업이 이론적, 학문적으로 정립되지 않았기에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겁니다.
편의상 저는 행사대행과 흥행사업이라고 하도록 하겠습니다. 흥행사업은 행사대행과 수익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대행 수수료가 아닌 협찬, 티켓판매, 기타 부수입 등이 수익 구조입니다. 이벤트 행사이기에 당연히 사람이 많이 와야 수익이 생깁니다. 그렇기에 영업과 마케팅이 매우 중요합니다. 행사대행에서도 영업과 마케팅이 필요하겠지만 흥행사업은 투자 및 협찬 등 영업부터 흥행성공을 위한 영업 마케팅까지 그 업무가 더 광범위하고 훨씬 더 디테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사대행만 했던 사람이 흥행 사업을 성공시키는건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이렇게 같은 듯, 다른 듯한 것이 위 두개의 용어입니다. 저는 저의 다른 칼럼에서 본인의 흥행 행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행사 대행을 하면서 결국엔 본인의 흥행 사업인 "서울 카페쇼"를 대성공시킨 엑스포럼의 신현대 대표님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분은 정말 가뭄에 콩나듯 하는 경우입니다.
저는 요즘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며 이렇게 얘기하곤 합니다. 행사대행은 늘 대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매번똑같은 행사인데도 매번 새로운 업체 선정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행사대행은 아무리 잘하거나 혹은 실수를 하거나해도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한 예상되는 수익이 대행 수수료뿐이기에 늘 동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사 대행에서는 실행보다 수주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이는 행사업 뿐만이 아닌 서비스업 모두가 똑같습니다. 법률대행을 하는 변호사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변호사는 수임의 성패에 관계없이 착수비를 받고 성공시엔 그에 따른 성공보수까지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행과 흥행의 두가지 성격을 다 가지고 있는 셈이죠. 전문직 서비스업이니 그렇습니다. 하지만 행사대행 업계도 전문직이라고 하는데 행사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행사를 광고주의 마음에 들게 했다고 해서 성공보수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지자체 행사 대행은 아무리 잘해도 내년에 새로 입찰에 들어가서 경쟁해야 하고, 기업의 행사대행인 경우에는 가끔 앞으로의 행사도 대행할 수 있는 권리를 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성공적인 실행에 대한 대가는 따로 받지 않습니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우리끼리 전문직이라서 그렇습니다. 실상은 우리 업계를 전문직이 아닌 업자로 취급하고 있는게 정확한 이야기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사 대행은 무조건 일을 많이 해야 합니다. 다수의 행사를 대행해서 대행 수수료의 양을 늘려야 기업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로 효율성과 가성비가 좋아야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곳에서 행사를 대행하게 되면 시스템이나 섭외 비용을 묶어서 단가를 내려서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십 수백명의 군무보다 한 명의 무용수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음악도 작곡해서 사용하기보단 편곡해서 사용하고 의상도 마찬가지 입니다. 위 내용이 무조건 잘못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행사의 내용보다는 수익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은 잘못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흥행사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이벤트 하나가 기업의 1년 먹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흥행 사업은 수주라는게 없습니다. 실패시엔 엄청난 금전적 손실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행에 대한 생각과 자세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같은 행사를 하더라도 현수막 거는 위치부터 다릅니다. 타겟이 되는 사람들의 동선에 맞추고, 사람들의 눈의 시선이 닿을 수 있는 곳에 맞추며, 매 시간 수시로 가서 현수막이 제대로 붙어 있는지 훼손되거나 떼어가지는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홍보를 위해 별 짓을 다합니다. 물론 행사 대행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이 두 분야의 마음가짐이 다른 건 분명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대행으로 시작을 하더라도 흥행사업을 꼭 해봐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흥행사업을 해본 사람과 대행만 해본 사람은 여러 면에서 많이 다릅니다.
저는 행사 제작자로 10여년이 넘게 생활했습니다. 대행 사업은 수백번도 넘게 해봤고, 흥행 사업도 수백번에 가깝게 경험해 봤습니다. 월급을 받으가며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건 저에게는 매우 큰 행운이었습니다.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제작자 입장에서 만난 이 이벤트인들은 절박함에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투자를 한 저도 출근하자마자 전날 티켓이 얼마나 팔렸는지 확인하는걸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고, 외근 중이나 식사 중에도 수시로 티켓 판매량을 확인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제작자인 저가 이정도니 기획자, 연출자는 어땠을까요?
업계에서는 유난히 행사대행과 이벤트를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 듯 틀린 말은 아니고 모르는게 아닐테니 그렇게 쓴다고 해도 큰 문제도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다수의 학생들은 이벤트=행사대행으로 착각을 하고 있는 걸 흔히 봅니다. 이벤트가 행사대행은 아닌데 말입니다. 그리고 행사대행사에 취업을 해서 얼마 다니지 않고 그만둡니다. 일이 너무 많고 힘들다고 말입니다. 위에서 말했든 행사대행사는 되도록이면 일을 많이해서 수수료를 많이 벌어 운영하는 곳인데도 말입니다. 정확하게 모르고 가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 딛을 학생들이라면 또한 아직도 이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정확히 알고 사는 것은 삶의 지향점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문제라 생각되어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