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 사업과 백종원의 골목식당
문화 도시재생의 핵심은 재건축과 재개발깉은 도시계획을 통한 토목형 재생이 아닌 기존 도시에 콘텐츠를 입혀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것입니다.
저는 과거 정부에서 실시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의 콘텐츠 운영을 위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은 시장 환경개선(현대화 사업)과 특성화 사업(시장 브랜드)으로 나뉩니다. 두 개 모두 매우 중요한 사업입니다.
전국적으로 전통시장은 1,398개가 있고, 상인 35만명이 20만개의 점포를 열어 생계를 유지하는 공간입니다.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대개 1개 시장당 연 5억원 내외의 예산으로 시장의 특성을 만들기 위해 이벤트를 하는 사업으로 기억이 나니 전체적인 예산 규모는 상당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들은 개당 5억원의 예산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니 보통 3~4개 사업을 수주해 한꺼번에 운영해야만 했던 단순 이벤트 사업으로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즉, 서로에게 이득이 안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해가 갈수록 전통시장의 매출은 감소하니 결과론적으로 들이는 예산만큼의 효과가 있었는지는 사실 미지수입니다. 뭐 그 이유가 시장의 특성화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 유통방식의 편리화 등의 다른 외부 요인들이 많은 것들이 이유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활성화는 도시재생의 핵심으로 정부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사업입니다. 때문에 지금도 계속해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온누리상품권, 연말정산 세재해택 등)를 짜내며 예산을 늘려가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전통시장 활성화 예산의 1%도 안되는 제작비로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는 사례가 있죠. TV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입니다.
뭐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정점은 홍은동 포방터시장 편이었습니다. 사실 포방터 시장은 이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서대문구에서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으로 선정되어 사업을 진행했던 곳입니다.
포방터 시장의 '포방터'란 명칭은 '6.25전쟁 때 퇴각하는 북한군을 공격하기 위해 대포를 설치했던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명칭이라고 하며, 관련한 이벤트와 미관개선 등의 사업을 진행했지만 솔직히 백종원의 골목시장에 나오기 전까지는 대부분 몰랐을 것입니다. 사업의 성과가 미비하단 얘기입니다.
하지만 백종원씨가 돈까스의 끝판왕이라 일컫는 가게와 정반대의 문제아 홍탁집 아들이 대비되며 시청률과 화제성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습니다. 그 골목식당의 방영은 홍은동의 바로 옆 동네인 홍제동에 20년을 살았던 저 또한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을 방문하게 하였습니다. 시사하는바가 상당합니다.
이는 블로그, 유투브 등에서 포방터 시장을 검색하면 헤어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방문하고 찍은 영상들로 재차 회자되며 검색되고 있습니다. 이들 영상은 수만,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지속적으로 수많은 잠재적 방문객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방송을 보면 백종원씨가 시장을 재방문하며 상인들에게 사람들이 포방터시장을 많이 찾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고 예전에 이배 매우 많이 늘었다고 감사해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시장의 상권이 살아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앞으로 어떻게 연속적으로 유지, 관리하는 것일지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그것은 관련 자치구, 주민, 시장 상인들의 몫일 것입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상권을 살리고 도시를 재생하는 것에 있어서는 정부의 방법보다 더 큰 효과를 보고 있다는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고 결과만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문화 콘텐츠가 적절한 마케팅과의 융합으로 도시가 재생될 수 있다고 믿는 저에게는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또한 앞으로 포방터 시장의 유지 관리에 대한 지자체의 역할에 매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