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플러그드의 성공사례
방송국의 주 수입원은 광고인 것을 다들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방송 매체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것에 따라 광고시장의 흐름도 이젠 온라인으로 넘어갔습니다. 따라서 방송국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731/96776994/1
이같은 현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었기에 사실 방송국들은 한참 전부터 타개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고민했었습니다. 저 또한 재직시절에 광고 외의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남겨야하는 위치에 있어서, 늘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위해 고민을 했었습니다. 당시 팀의 근간은 행사대행이었지만, 행사대행이 중심을 잡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시작한 것이 문화콘텐츠 중 공연투자 사업이었습니다. 투자를 위한 총알이 있어야 하기에 만든 것이 문화펀드이고, 2014년 방송사업자가 SI로 참여하는 업계 최초의 사모투자조합을 만들어졌습니다.
http://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1408130523&resource=
이 펀드에는 제가 재직한 KBSN 뿐이 아니라 산업은행, 인터파크, 현대증권, 메가박스 등이 참여했고, 의사결정 구조도 매우 보수적이었습니다. 물론 이 펀드는 문화콘텐츠 사업투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KBS N이 제작하는 기획물 등 방송 콘텐츠투자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렇기에 문화콘텐츠 투자에는 말이 투자였지 대출의 성격이 강했었습니다. 즉, 원금 보장을 받고 투자를 결정하는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대출의 성격이라도 전시, 공연 등을 위해서는 초기 투자금이 절실한 회사들이 문이 닳토록 찾아와 투자를 요청해왔습니다. 당시 문화콘텐츠에 투자를 하는 곳은 저희가 유일했던것 같습니다. 금전적 투자만 해도 매력이 있는데 방송사업자가 투자를 하니 홍보의 이점까지 있어 더더욱 많이 찾아왔던것 같습니다. 당시 투자한 사업들이 지금까지도 회사의 거의 대부분의 레퍼런스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금을 보장받는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미 은행이나 제2금융권 등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찾아와 투자를 요청하기에 담보도 없고 지불 보증도 없습니다. 오직 티켓판매 금액의 선회수만이 유일한 원금회수의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투자금보다 티켓판매금이 적어지면 100% 미수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다음 공연을 개최해 미수를 털어야 하는데 미수금을 회수하기 위해 그 다음 공연에도 투자를 해야하는 마치 카드 돌려막기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결국은 터지게됩니다. 개인적으로 문화콘텐츠 투자 사업을 했던 3~4년의 기간이 제 인생에서 최고로 내공을 성장시켰던 시기였습니다.
당연히 그러다보니 공연 투자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고, 공연, 전시, 뮤지컬에서 영화로 방향이 바뀌어가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영화산업은 공연, 뮤지컬 등과 다르게 이미 투자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게 잡혀있는지라 손실을 보면 같이 보고, 이익을 얻으면 배분하는 진정한 투자였습니다. 잠재관객의 수도 많고 상영관도 많은지라 다른 문화콘텐츠 사업에 비해 매력도가 높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시간을 흘렀고, 예상대로 KPOP과 극소수를 제외한 대형 공연사업들은 하나둘씩 쓰러지며 없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4959261
https://news.joins.com/article/23534052
여기까지는 제가 예상한대로 거의 꼭 들어맞게 흘러갔습니다. 수익이 아닌 마케팅을 목적으로 하는 안정적인 투자처(현대카드, 아우디 콘서트 등) 혹은 제작비가 적게드는 소규모의 공연사업 외에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게 현재의 공연시장입니다.
그러던 중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사상 최고 펀딩금액인 8억원을 유치한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 사업이 눈에 띠었습니다.
이 페스티벌 역시 사업 초반에 이 회사의 대표님과 만나 투자를 논의했었던 사업이었습니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181606622358704&mediaCodeNo=257&OutLnkChk=Y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8억원이면 다른 곳 투자없이 투자금만으로도 충분히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돈 빌리러 다니지 않고 공연의 성공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더욱이 5개월간 1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더더욱 놀랄일입니다. 500만원을 투자하고 공연을 무료로 보고 570만원을 돌려받는 것입니다. 영화 콘텐츠와 방학시즌에 하는 장기간의 유물전시회를 제외하고 페스티벌이 그것도 메인 투자자가 없는 페스티벌의 이런 수익률은 올린 것은 매우 신선한 사건입니다. 투자자가 관람자가 되는 이런 크라우딩 펀딩이 이제 문화콘텐츠 투자유치에 구세주가 된 것입니다. 제가 투자사업을 진행할때에 비해 불과 5년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투자 시장의 환경이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린플러그드의 성공을 지켜보며, 이제 문화 콘텐츠도 참신한 기획을 바탕으로 좀 더 다양하고 실험적인 콘텐츠들이 양산 될 것으로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