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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박사 Oct 28. 2019

"나는 나"이면 좋으련만

퇴사 후 1년 6개월이 지나고, 사업을 시작한 지 다음달이면 1년이 다되어갑니다. 이쯤에서 한번 되돌아보면 개인적으로 세운 여러가지 단기 목표들이 하나씩 완성되어 가고 있어서 업무적으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힘든 부분이없지는 않습니다. 저는 직장을 다닐때에 사업을 하는 먼저 퇴사한 선배들이 찾아와 일거리를 요청할 때(물론 충분한 능력이 되서 서로 윈윈을 할 경우는 아무 문제없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임), 선배나 후배나 둘 다 참 난감합니다. 그 당시에 저는 나중에 퇴사하게 되면 절대로 그러지 않으려 노력을 많이하고, 아직까지는 단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어야겠죠.


또 하나가 어디가서 제 자신을 이야기할 때 OOO 출신이라고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건 제 강박관념 혹은 피해의식일 수 있지만 어쟀든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이 부분이 생각처럼 잘 되지를 않습니다. 사업을 시작해보니 만나는 사람의 범위가 더더욱 확대되고 있고, 동종업계 사람들과의 만남보다는 늘 새로운 업계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직장 다닐때보다 더더욱 적극적으로 나를 어필하며 관계를 만들며 살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 관계를 만들려는 사람들의 대부부은 OOO의 누구입니다. 제가 원하는건 그 좋고 유명한 OOO과의 비지니스이니 당연히 그럴수 밖에 없습니다. 

회사를 퇴사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OOO의 누구입니다. 사람들과의 인사자리, 첫 미팅, 첫 만남에서 나를 소개할 때 지금의 OOO을 이야기하면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예상을 하지 못한건 아니지만 이 부분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면 OOO을 설명하기 위해 결국은 과거의 내것이 아닌 OOO에서 근무했던 누구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사회생활을 하니 당연히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당연히 개인보다는 조직이 어디인지, 그 조직이 어떤 회사인지 중요한게 사실입니다. 저도 마름으로 살때는 그랬지만, 상당수의 그들은 상대방을 볼때에 OOO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상대방의 OOO이 나와 비슷하거나 본인 생각에 높다고 판단되어질때 관계가 편해지고 경계가 풀립니다. 사실 그 경계의 담벼락이 허물어져야 비지니스가 쉽게 이뤄집니다. 

하지만 그 OOO이 본인이 생각하기에 신통치 않다고 생각되어지면 경계가 강화되거나 관심이 없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예외적일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 경우는 OOO은 약하더라도 외적으로 풍기는 것이 금전적으로 풍부하게 보일때 그 경계가 좀 풀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OOO이 약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사람 중에는 그것을 보강하기 위해서 수억 원짜리 외제차, 수천만원 상당의 골프채와 시계, 수백 만원짜리의 양복, 구두, 넥타이 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SNS에는 늘 호텔 레스토랑에서 고급 음식과 와인을 즐기며, 해외여행을 하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실제 그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굳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본인을 어필하며, 새로운 비지니스를 하기위해 어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친목을 위해 만나면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진작부터 느꼈지만, 상대방에게 2번 설명할 필요가 없는 OOO은 내가 만든 내꺼가 아닌게 문제입니다. 저는 20여년 가까운 시간동안 남들에게 얘기하면 알만한 OOO만 골라 다녀봤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OOO 내부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고, 내부 정치와 경쟁을 통해 생산성 없는 일들을 많이 했었습니다. 물론 그 모든것이 다 부질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와보니 상당수는 부질없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때 악착같이 지키려했던 그 OOO이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나하고 떨어졌을때 반드시 그걸 느끼게 되는데, 그땐 이미 너무 늦어버립니다. 


저도 충분히 예상을 했었지만, 그건 OOO안에 있을때, 즉 상황이 닥치지 않았을 때 였고, 실제 나와서 그때 예상했던 상황에 맞딱들여지면 그 때 받는 충격은 그 상황이 와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법륜스님게서 하신 말씀들을 보면, 서울역에 있는 수많은 노숙자들은 대부분 힘들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하십니다. 내가 월 1,000만원 짜리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면 일당 5만원 짜리 일용직 일을 하기위해 나를 내려놓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내 하루 일당이 얼마였는데만 생각한다고 하죠. 그러니 주변 사람들과 멀어지고, 결국 가족과도 멀어지니 삶을 놔버린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면면을 살펴보면 기업의 간부이상이었던 사람들, 자영업을 하며 사장을 했던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하루 하루를 일당 5만원, 10만원을 받아가며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은 어찌되었건 그 곳에 별로 없다고 합니다. 물론 100% 다 맞는 말은 아니겠지만, 상당히 일리 있는 말입니다. 

누구나 알만한 OOO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그렇게 만듭니다. 제 주변에 남들이 보기엔 좋은 OOO 출신의 사람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밀려난 사람들도 있고, 정년으로 나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밀려났든 정년을 채웠든 중요한건 지금 그 OOO에 있을 때처럼 살고 계신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분들과 가끔 술자리를 하면 아직도 그 OOO에서 마름으로 살던 시절인냥 착각하고, 본인과 그 유명하고 좋은 OOO을 동일시하며 착각하며 사시는 분들이 상당 수이고, 그게 아니면 그때 큰 칼을 휘두를 때를 안주삼아 이야기를 하지만, 현실은 초라한 몇 만원짜리의 소주를 얻어먹으며, 경로우대 무료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분들이 상당수입니다.

물론 예전의 나를 내려놓고 사시는 분들도 많지만, OOO에서 쌓았던 수십년의 경쟁력을 살려서 일하는 분들은 정말 희박합니다. 만나보면 그 분들은 한살이라도 젊을때 OOO에 얽메이지 않고, 내 OOO을 만들어보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저에게 큰 응원을 해주십니다. 감사하면서도 많은걸 느낍니다. 그리고 또 저는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며 과거와 다른 저에 대한 대접(?)에 상처를 받으며 조금씩 내공을 쌓아가고 살아가려 합니다. 언제가 생길 제 OOO을 위해 반드시 거쳐가야 할 길이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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