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물었다. "너희 세대는 어떻게 살 거니?"

[도서] AI시대, 신입은 필요없다?

by 국박사

그날 저녁, 나는 유튜브로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의 세바시 강연을 보고 있었다. 제목은 "이미 시작된 주니어 소멸, 10년 뒤 우리 사회에 벌어질 끔찍한 일"이었다.

강연 중간쯤, 나는 화면을 멈췄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1975년생인 나는 운이 좋았다. 입사할 때 "잠재력"이라는 단어가 통용되던 시대였고, 회사는 나를 3년간 키워줬다. 실수해도 "배우는 중이니까"라는 말로 감싸줬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단순 반복 업무를 수없이 하면서, 어느 순간 일의 맥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 공부 중인 큰딸과, 이제 고3인 작은딸이 사회에 나갈 때는 어떨까.

그날 밤, 나는 미친 듯이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미국, 일본, 독일의 노동시장 보고서, MIT와 옥스퍼드 연구 논문, 세계경제포럼의 미래 일자리 보고서. 그리고 확인했다. 박 의장의 강연은 과장이 아니었다.


빈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사람

며칠 뒤, 회사 후배와 커피를 마셨다. 입사 2년 차인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 요즘 ChatGPT한테 제 일 빼앗기는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저한테 시켰을 단순 업무들을 이제 팀장님이 AI로 직접 해결하세요. 저는 뭘 배워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럼 넌 지금 뭘 하고 있어?"

"글쎄요. AI가 못 하는 일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조직 내 눈치 보는 건 AI가 못 하잖아요. 근데 그걸 배우려니 기회가 없어요. 단순 업무하면서 선배들 일하는 거 보고 배우던 시간이 사라졌거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문제는 AI가 일을 대체하는 게 아니었다. 배움의 사다리가 무너진 것이었다.

예전에는 신입이 단순 업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의 언어를 배웠다. 보고서 포맷을 맞추다 보면 우리 팀이 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였고, 회의록을 정리하다 보면 누가 실권자인지 감이 잡혔다. 그런데 이제 그 '지루한 시간'이 사라졌다. AI가 3초 만에 완벽한 결과물을 뽑아내니까.


20년을 AI에게 먹였더니

나는 다르게 접근했다. 20년간 작성한 보고서 2,000개, 블로그 글 3,000개를 AI에게 학습시켰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돕게 만든 것이다. 제안서 작성 시간이 3일에서 4시간으로 줄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내가 20년 걸려 배운 것을 AI는 순식간에 재현했다. 그럼 지금 20대들은? 그들은 20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아니면 20년을 투자해도 AI보다 나을 게 없다는 뜻인가?

주변 50대 동료들은 "AI는 위험해"라며 거부했다. 30대 후배들은 "한 번 써봤는데 별로더라"며 피상적으로 경험했다. 20대 신입들은 "저희는 AI 세대인데요"라고 자신했지만, 정작 AI를 숙제 대행 도구로만 썼다.

그 누구도 본질을 보지 못했다.


신입은 없다. 전문가만 있다.

결국 이 책을 쓰기로 했다.

딸들에게 남겨줄 답이 필요했다. "너희 세대는 어떻게 살 거니?"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할 수는 없었다.

이 책은 절망의 기록이 아니다. 전환의 기록이다.

신입으로 입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신입처럼 대우받을 수는 없다. 조직은 더 이상 당신을 키워주지 않는다. 당신이 스스로 키워서 와야 한다.

냉정하게 들리는가? 그렇다.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기회다. 과거에는 10년 걸려야 도달할 수 있었던 전문가의 영역을, 이제는 AI라는 레버리지로 훨씬 빨리 도달할 수 있다. 단, 방법을 알아야 한다.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자리는 안전한가?

당신이 하는 일을 AI가 대체할 수 있는가?

더 정확하게 묻겠다. AI를 잘 다루는 다른 누군가가 당신의 자리를 탐내고 있지는 않은가?

이 질문에 불안하다면, 우리 함께 이야기해보자. 나도 답을 다 가진 건 아니다. 다만 20년 현장에서, 그리고 두 딸의 아버지로서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있다.

그 고민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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