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시간, 육아일기(12)

2025년 9월 8일 오전 2시 12분 36초..

by 글레이즈

언제부턴가 아기의 잠투정이 많이 늘었다. 힘껏 울어대다가 갑자기 고개를 이불에 처박고는 이내 미동도 없이 잠에 빠져드는 게 부지기수다. 알아서 자는 건 아니고 특정 자세가 잡혀야 울다가도 잠이 들어버리지 그 자세가 아니면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결국엔 잠이 들지 못해 신경질이 나는 순서까지 와버린다. 전에는 곧 죽어도 팔베개 아니면 잠에 들지 않으려고 했는데, 요새는 팔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팔이 저린 채로 살아야 하는지 앞이 깜깜했는데 이제야 좀 숨통이 트여 앞길이 보인다.


그렇지만 매일같이 바뀌는 '잠드는 자세' 때문에 여간 곤욕을 치르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그 자세가 99% 맞춰지더라도 쪽쪽이를 물려주고 엉덩이를 토닥여주는 행동을 동시에 해줘야지 잠이 들지 그중 하나라도 빼먹으면 곧이어 울음으로 나를 혼내기 시작한다. 말을 못 하는 아기니 칭얼대며 울지 조금의 말이라도 할 줄 아는 시기였다면 나는 아마 욕을 들었을 것 같다. '이거 하나 제대로 못해줘?!', '나, 자고 싶단 말야!', '엄마 미워! 나가! 가지마! 재워줘! 싫어!' 등등 훗날, 아마도 내년 겨울이나 내후년 봄쯤부터 슬슬 몇 마디씩 말을 하지 않을까 하는데 벌써부터 욕 들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아무리 엄마가 된 게 처음이라지만 나는 눈치가 없는 것인지, 요령이 없는 것인지 도통 우리 아기의 잠 오는 자세를 알아맞히기가 영 힘들다. 나도 나름대로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그동안 팔베개에 잤다가 내 품에서도 잤다가 등등 매번 달라지니 이건 뭐 분기별 훈련받는 것도 아니고 하나를 익히면 끝이 아니고 또 다른 하나를 익혀야 하니 사실 나는 변화를 싫어하는 성향인가 보다. 좋아하는 쪽이었다면 금세 이 훈련에 익숙해져서 아기를 금방 금방 재웠겠지.


하지만 역시나 잠든 아기의 모습은 마치 천사 같다. 자는 얼굴만 봐도 너무 예쁘고, 잠든 몸짓 역시 귀여워서 미칠 것 같다. 출산 후 지금까지 매 순간 드는 생각이지만 자는 모습을 볼 때 특히 많이 든다.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아기가 나에게 왔을까?' 물론 제 눈에 안경이고,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다고들 하고 또 모든 아기들은 사랑스럽다. 그리고 작은 것들은 대체로 귀엽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해서 저런 궁금증이 생기면서 문득 무서워지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한다.


이렇게 예쁜 아기가 하필(?) 나에게 와서 원래는 더 제대로 된 사랑을 받을 수 있는데 모자라게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고,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임신을 해버린 대책 없는 엄마 때문에 훗날 엄마라는 존재가 필요할 때 내가 힘이 되어주지 못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그럴 때면 우리 엄마를 떠올리게 되고, 그리고 나를 다시 돌아본다. 나는 엄마가 지금의 그 나이여서 어땠는지 그리고 엄마가 그동안 나에게 베푼 사랑이 어땠는지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엄마가 그 나이여서 좋았거나 싫었던 적이 없었고, 그냥 엄마라는 존재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물론 남들도 다 엄마가 있었지만 그들은 각각의 고유대명사였지 나한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비교대상이랄 게 없는 특별한 존재였기에 엄마는 그저 엄마였고, 따라서 엄마가 내게 해주는 모든 것들 역시 아무리 보잘것없고 일반적일 것이라도 내게는 아주 특별했다. 과연 10년, 20년, 또는 그보다 더 뒤에 우리 아기가 나에 대해 회상할 때 나처럼 느낄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나 역시 우리 아기에게 하나뿐인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느끼는 걱정은 그저 기우이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되는 것이다.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사랑해 주는 것이다.


이렇듯 아기의 잠든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통통한 종아리나 귀엽게 살이 붙은 발바닥을 쓰다듬게 돼버린다. 아기가 움찔하면 나 역시 흠칫 손을 빼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급히 부동자세로 잠을 청해버린다. 여기서 아기랑 눈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그 길로 한 두세 시간은 다 잤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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