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1일 오후 8시 5분 58초..
아기를 키우면서 밤낮을 넘나드는 일이 잦아지니 자연스럽게 불면증이 왔고, 낮에는 잠이 그렇게 잘 온다.
그렇지만 인간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려면 그래도 밤에 잠을 자려는 노력을 하기는 해야 하기에 12시, 1시가 되면 어김없이 침대에 누워보지만 잠에 빠져들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전 같으면 이렇게 잠을 잘 못 자고 피곤하면 반드시 우울감이 찾아오거나 패배감(나 혼자만 미라클 모닝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젖어들었지만 이제는 꿈나라를 이미 여행 중인 아기의 얼굴이나 꼼지락대는 다리를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해도 행복감이 밀려들어 그렇게 우울해할 시간이 없다.
잠든 아기 얼굴은 흔히들 천사 같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영약'인 것 같다. 보고 있기만 해도 왠지 내 몸의 아픈 구석이 치료되는 것 같고, 내 마음속 어두운 부분이 정화되는 것 같은 신기한 기분이 되어버린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 자꾸 쳐다보고, 쉴 새 없이 각도를 달리 해가며 사진으로 남긴다. 물론 잠을 깨워선 안되니 소리가 안나는 카메라 어플을 이용한다.
그러다 조금 지쳐버리면 나도 그 옆에서 눈을 감고 아기 숨소리를 듣고 있어 본다. 그러고 나면 어느새 아침 해가 밝아오고 침 흘리며 잠에 취해있는 내 옆구리를 아기가 발로 툭툭 차서 날 깨워준다. '미라클 모닝'은 없지만 '뷰티풀 모닝'인 셈이다. 아기와 함께 맞이하는 새벽이나 아침이 그렇게 좋다. 물론 출산 이후 아침마다 손가락 관절이 비명을 질러대며 말을 안 들어서 금방 일어나서 움직이기에는 손가락 운동을 촘촘히 해야 하지만 이 역시 아기와 함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이런 고통(?)쯤은 거뜬히 겪어낼 수 있다.
분유 가루와 따뜻한 물을 열심히 섞어서 아기에게 가지고 가면 어찌나 쩝쩝대며 맛있게 빨아먹는지 신생아 때 사레와 게워냄이 잦아 수유 중에 몇 번씩 끊어서 먹였더니 이제는 한 번이라도 끊어 먹일라치면 불호령을 내린다. 그리고는 한껏 나를 노려보며 젖꼭지를 빨아재끼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손은 또 어찌나 힘줘서 젖병을 잡으려고 하는지 아예 주먹을 쥐어버려 본인이 원하는 것처럼 젖병을 쥘 수는 없고 그저 손가락이 하얘지도록 주먹을 쥔 상태로 젖병을 양 옆에서 붙들고 있지만 그 마음은 말 못 하는 아기라도 깊이 전해져 온다. 분유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맛있게 먹다가 어느덧 다 먹고 나면 원망스러운 눈으로 앙증맞은 물방울을 쉴 새 없이 뿜어재며 아까 쥐었던 주먹을 이젠 나에게 뻗친다. 저러다 목이 트여서 어린 나이에 득음을 하려나 싶다가도 그 소리가 내 귓가에서 울릴 때면 내 귓청이 먼저 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이제 빠르면 2주 안에 이유식을 시작해야 할 텐데 벌써부터 얼마나 잘 먹을지 기대가 된다. 분유처럼 먹고 나서 더 달라고 악을 쓰며 울어도 좋으니 제발 맛있게 먹어주었으면 좋겠다. 설레는 마음에 식기랑 수저, 턱받이, 의자 등 준비를 끝내놓고 어느 제품을 살 지도 이미 검색을 마쳤다. 기나긴 고민의 결과 내가 만드는 것보다 시판을 사서 주는 게 낫다는 결론이 다다랐기 때문에 냄비나 큐브틀같은 것까지는 준비하지 않았다.
육아는 길게 보는 거고 생각보다 짧게만 쓰고 나중에는 못 쓰는 게 굉장히 많다고 여겨져 처음부터 준비는 간소화하는 게 맞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판을 사서 준다고 결정을 내렸어도 떨리는 마음은 직접 만들어서 주는 것보다 작지는 않다. 매일이 새로운 날들이고 신기한 일들이고 즐거운 마음이 크다. 어서 이유식을 시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