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시간, 육아일기(22)

2025년 10월 22일 오전 12시 41분 1초..

by 글레이즈

우리 아기는 갑자기 메롱을 신나게 해대고, 엎드려 있을 때는 갑자기 소 자세로 하더니 트월킹 비슷하게 몸을 움직인다. SNS에서는 기어다니기 전 모습 중 하나라고 해서 한껏 기대 중이다. 저러다 갑자기 총알처럼 기어다니기 시작하면 좀 골치 아플 것 같다. 따라다닐 생각을 하니 어떨지 상상도 안된다. 빨리 크는 게 좋긴 하지만 내가 어디까지 감당해 줄 수 있을지 몰라 걱정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이유식을 굉장히 잘 먹는다. 평소에 잘 게워내는 편이라 입자감을 빠르게 올려야 한다는 요즘 지침을 무시하고 초기 1, 초기 1.5, 초기 2까지 두 달가량을 선결제해서 스케줄을 짜버렸는데 생각보다 잘 먹고 예상보다 게워냄이 굉장히 적은 편이라 조금 당황스럽다. 게다가 하루에 1번~2번씩 이유식을 주라고 시판 이유식 홈페이지 권장 스케줄에 나와있어서 그것 또한 당황스럽다. 게다가 간식은 따로 주란다. 지금 하루 한 번 이유식에 간식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는데 이유식을 오후에 또 한 번 더 챙겨주라니...


게다가 몇 달 뒤면 후기 이유식을 시작해야 돼서 하루 3번 이유식을 주고 분유는 하루 2번 정도만 먹고 끝난다니 내가 과연 잘 챙길 수 있을까 싶다. 긴 마라톤이라고 항상 되뇌며 아기 관련된 물건을 가급적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만큼만 장만하려고 노력해서 이유식 용기는 딱 6개만 산 상태인데 '벌써 2개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젖병도 버티고 버텨서 아직 6개로 번갈아가며 하루 1번의 소독기 사용으로 지내는 중인데 이유식 용기도 어떻게 잘 버티지 않을까 바라본다.


이렇게 당황하고 벌벌 떨면서도 벌써부터 일반식을 접하기 시작할 즈음의 아기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는 기본적으로 먹는 것, 맛있는 것을 좋아하고 요리를 좋아한다. 손이 크고, 정리를 싫어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내가 먹는 것도 열심히 만들고 만족감이 굉장히 큰데 내 아기가 먹는 걸 만든다고 생각하면, 게다가 그걸 맛있게 먹고, 먹고 나서 배불러하는 모습까지 보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어른 먹는 거 같이 만들면서 간 안 하고 나랑 남편은 옆에 소금이랑 후추 항상 구비해서 따로 더 뿌려먹으면 될 것 같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RSV 예방접종이 굉장히 화두에 오르는 중이다. 나 역시 돌 전 아기를 둔 엄마로서 귀가 팔랑팔랑 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접종 백신이 국가 필수 예방접종 목록에 있지 않은지라 자비 100% 주사고 또 굉장히 비싼 편이다. 그런데 우리 집은 겨울에 웃풍이 심한 편이라 너무 고민되는 거다. 그래서 혼자만 이것저것 정보 찾아보며 고심하다 결국 남편과 상의했다. 남편 역시 인터넷에서 그런 내용을 종종 봤다고 한다. 알고리즘이란 정말 무시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메커니즘이다. 그리고 접종시키는 걸로 결론이 났다. 마침 인플루엔자 접종을 해야 돼서 소아과에 방문을 했어야 했는데 가격을 문의해 보니 60만 원이라고 했다. 너무 비싸긴 하지만 아낄걸 아껴야지 건강을 위해서 60만 원 써야지 않겠나 싶어 당장 맞는 걸로 결정했다. 휴직 중이라 더 빠듯하게 생활을 당분간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는 아기 옷이랑 내복은 선물 받은 것과 물려받은 것들로 근근이 버텼다. 하지만 이제는 점점 입을만한 옷이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아기가 몸무게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 키가 큰 편이라 또래 개월 수 아기보다 한 치수 크게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키 크는 건 좋지만 입을만한 옷이 줄고 있어 이제는 내 돈 주고 아기 옷을 사야 하는 시점인 것 같아 온갖 아기 옷 사이트를 하나씩 들어가 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돌 전 아기가 입을만한 외출복은 마땅치 않고(있기는 있다), 보통은 실내복과 내복 위주였다. 그중에서도 내 스타일인 곳들도 몇 군데 있었지만 막상 또 산다고 생각하니 이왕 사는 거 질 좋은 옷으로 사주고 싶기도 하고, 저렴하고 괜찮아 보여도 막상 사서 입혀보면 다르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해서 아직 장바구니에 이만큼 담아만 놓고 결제 버튼은 누르지 못한 상태이다. 생각보다 결정장애가 있는 편인데 오랜만에 돈을 좀 쓰려니 또다시 장애가 생겼다. 흠. 고민 길게 하다 더 추워지면 안 되니 이번 주 주말 전까지는 빨리 장바구니를 비워야겠다.

작가의 이전글하루 1시간, 육아일기(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