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시간, 육아일기(3)

2025년 7월 27일 오전 7시 56분 13초..

by 글레이즈

"뉘엿뉘엿 해님이 지면~ 어둑어둑 밤이 오지요~" 명랑하게 불러보지만 자꾸 쇳소리만 목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을 산 뒤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음악 버튼을 누르고 책을 이리저리 펼쳐가며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초반에는 책을 보는 건지 허공을 보는 건지 나를 보는 건지 계속 헷갈리게끔 눈길을 한 곳에 안 주더니 이제는 책을 펼치거나 음악을 틀기 시작하면 씩 웃어주며 제법 유쾌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부분에서는 꺄르륵 웃어주거나 아악 하며 옹알이도 추임새로 넣어주어 나를 더 힘나게 한다.


얼마 전에 집에 놀러 왔던 지인은 아기가 되게 집중을 잘한다고 책을 펼치니 잘 쳐다본다며 놀라워했다. 물론 엄마인 내가 듣기 좋으라고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 것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타인의 시선에서도 저렇게 느껴진다고 하니 내심 으쓱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 끝내 집에 돌아가기 전 기어이 나는 팔불출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조차 일종의 칭찬처럼 들린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팔불출이 맞는 걸까.


처음에는 노래 나오는 책이 선물 받은 두 권만 있었지만 아기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뜨거워 또 다른 노래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국민 육아템, 국민 이모님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책은 명성에 걸맞게 한 권에 거의 2만 원에 육박하는 몸값을 지녔다. 선물 받았을 때는 가격보다 제품을 먼저 봤지만 막상 추가로 장만하려니 가격부터 보게 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중고거래 어플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와 열심히 검색을 돌려본 결과 권당 5천 원씩 해서 마치 새 책과도 같으나 가격은 시중가의 거의 1/4에 이르는 가성비 갑 제품을 두 권 찾았다. 급히 채팅을 걸어 구매 약속을 잡고 당장 다음날 받으러 가기로 일정을 잡아놓았다.


그런데 원래는 책 자체가 워낙 가벼워 내가 산책 삼아 오전에 휘리릭 다녀오려는 생각에 둘 다 다음날 오전으로 잡았는데 막상 안심결제를 한 뒤 받아본 주소를 보니 둘 다 내가 갔다 오기엔 산책 수준이 아니라 약간의 과장을 보태서 행군 수준이 될 것 같았다. 결국 남편에게 귀엽게(?) 이 소식을 알리니 본인이 다녀오겠다는 대답(정답)을 한다. 그래서인지 그러고 나서 몇 시간 뒤 우리는 일종의 의견 다툼을 하게 되었다. 다퉜다기보다는 내가 한 행동이 남편 마음에 들지 않아 토라져 버렸는데 웃긴 건 당장 한두 시간 뒤면 다음날이 되어버린다는 것이고 곧 다음날 아침이 찾아올 텐데 결제한 책을 몇 시에 찾으러 갈 건지 내게 말을 안 해주면 나 역시 판매자에게 몇 시쯤 가겠다는 말을 전할 수 없다는 거였다. 싸운 건 싸운 거고 공은 공이니 만큼 아침이 되어 나는 남편에게 먼저 말을 걸었는데 남편은 대답도 없이 요지부동이다. 어쩔 수 있나. 나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다시금 남편에게 가서 그냥 내가 갔다 오겠다고 하고 남편은 내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푹 쉬며 본인이 저녁에 다녀오겠다고 한다. 굉장히 짜증이 솟구쳤으나 일은 시켜야겠기에 오냐 하고 저녁까지 기다려 물건을 받아오는 남편을 기다렸다. 그동안 괜히 기분을 건드릴까 봐 집안일을 내가 거의 다 하고 말도 예쁘게 뱉으려 노력했다. 안 예쁜 말이 나오려고 할 때는 입을 다물면서 말이다. 그렇게 해서 받아온 책 두 권은 사진과 같이 상태가 새 책이나 마찬가지여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하루도 빠짐없이 노래책을 아기에게 펼쳐 보여주며 노래를 불러주는 나에게 남편이 어떻게 그렇게 계속하냐고 물었는데 나는 원래도 노래 부르는 거, 듣는 거 둘 다 좋아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었다. 나도 사람인데 요즘 케이팝도 아니고 아기 동요를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서 부르는 게 어떻게 좋기만 할까. 하지만 점점 아기가 집중하고 웃고 옹알이를 하는 모습이 나를 자꾸만 부르게 만든다. 노래 부르는 건 나지만 어째서 아기의 옹알이가 이토록 노랫말 같고 즐거운 음악소리처럼 들리는 걸까. 마치 꾀꼬리가 꾀꼴꾀꼴 울듯이 노래 부르느라 지치는 나의 귀에 황홀한 흥분제를 뿌려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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