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시간, 육아일기(4)

2025년 7월 28일 오후 9시 59분 28초..

by 글레이즈

외출을 하고 돌아오니 남편이 칭얼대는 아기를 달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칭얼대다가 말 것 같더니 알고 보니 내가 오기 전부터 거의 오전 내내 낮잠을 아예 안 자고 계속 칭얼댔다고 했다. 나중 가서는 아예 악을 쓰며 우는데 이건 뭐 '원더윅스'인가 싶어서 검색해 보니 내일부터 원더윅스 시즌이었다.


어쩜 이리 타이밍이 딱딱 맞는지 남편과 손을 바꿔가며 안아주다가 문득 터미타임을 하며 침대맡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게 생각나 터미타임을 시켜봤더니 한두 번 고개를 드는 듯 하다가 갑자기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는 흐응흐응 하더니 등 토닥임 몇 번에 울음을 곧 그쳐버린다. 설마 '엄마 껌딱지'의 시기가 벌써 도래한 것은 아닌지 조금 두려웠지만 그래도 달래진 게 어디냐 싶어 계속 따뜻하게 말을 건네며 살살 토닥여 주었다. 많이 큰 것 같다가도 이렇게 얼굴을 파묻고 아기 소리를 내며 안겨있을 때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아까 실컷 악을 써대던 건 금세 잊어버린다.


누가 그랬던가. 아기들이 귀엽게 생긴 이유는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막 태어나자마자부터 몇 년 간은 스스로를 보살필 힘은커녕 움직이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부모나 양육자의 보살핌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어 그들의 마음을 동하게 하여 알아서 정성스레 보살피게끔 굉장히 귀엽게 생기고, 또 그렇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아기를 낳은 후 엄마의 뇌에서는 일종의 양육과 관련한 긍정적인 변화 또한 있다고 한다. 남편에 대한 마음이 적어지고 아기를 위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리고 아주 커진다고 말이다.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그 이론을 접한 뒤 잊고 지내다가 요즘 들어 다시 생각나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남편이 나한테 뭘 서운하게 하거나 화나게 한 것도 없고, 집안일도 열심히 하고(집안일은 100% 남편이 하는 중이다) 육아도 나만큼 많이 참여 중이고 사이도 좋은데도 하루 중 남편 생각이 나는 시간은 한 시간도 되지 않는다. 남편이 알면 서운하겠지만 오히려 생각 안 하는 날도 꽤 있는 것 같다.


누가 그랬는데.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고. 아기가 딱 그렇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눈을 마주치고 서로 웃는 중에도 너무나 보고 싶다. 안고 있자니 금방 손목과 팔목이 저리고 아파와 아기를 역방쿠(역류방지쿠션)에 내려놓거나 급히 재워보는 시도를 하거나 모빌을 보여줘 버린다. 어떨 때는 눈치껏 가만히 있어 주지만 그렇지 않고 나에게 히잉히잉 거리며 애원하는 눈으로 두 손을 꼭 쥐고 내게 안아달라고 할 때가 종종 있다. 초반에는 그 신호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제는 나도 눈치가 좀 생겨 아기의 신호를 알 수 있다. 물론 자주 혼동하지만 아기는 내게 항상 기회를 준다. 곧잘 한숨을 쉬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주 웃어주는 걸 보면 아기는 천사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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