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벽(슬럼프)을 만나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에게도 슬럼프가 두 번 정도 찾아왔다. 두 번 모두 3개월 이상 고민의 시간을 보냈고 그 결과 벽을 뚫는 데 성공했다. '한 번은 뚫었다가 또 한 번은 돌아갔다'가 맞는 표현일 듯하다.
첫 번째 벽은 30대 중반에 찾아왔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란 고민이었다. 공무원이라는 든든한 직장이 있음에도 미래의 불안을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공무원인데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지?' 하며 포기할까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꿈에서까지 고민할 정도로 진지했다.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어떤 워크숍에서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이 고민의 답을 찾았다. 답을 찾자마자 실행에 옮겼고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때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는 말을 실감했다. 내가 고민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알게 되었더라도 내 것으로 만들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벽은 30대 후반에 찾아왔다. 첫 번째 벽을 깬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다시 벽이라니 막막했다. 해야 할 것을 찾았고 실행했고 열심히 달렸다. 그런데 이젠 그것을 잘하고 싶어졌다. 그것이 문제였다. 두 번째 벽이 더 두꺼워 보였다. 도무지 뚫을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전문성과 관계된 일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내가 가보지 않은 세계를 혼자 가려다 보니 '이 길이 맞는 건지,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계속해도 되는 건지'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과연 그 벽을 내가 잘 뚫었을까? 아니다. 이번엔 그냥 돌아갔다. 계속 고민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 싶어 아예 다른 것을 해버렸다. 예를 들어 국어 공부를 하다가 막혀서 끙끙거리다가 다른 것까지 다 망칠 위기라면 그냥 국어를 놔두고 수학이나 영어 먼저 공부해 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그 벽을 돌아갔는데 나중에 자연스레 벽이 뚫려 버렸다. 그때 '때론 돌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구나'라는 것을 배웠다.
누군가는 슬럼프를 깨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또 누군가는 슬럼프는 내가 만들어낸 마음의 벽이라고 말한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그냥 흘려보내는 것은 포기와 같다고 본다.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온다. 깨지 못할 벽은 없다고도 생각한다. 단,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고민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