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덜렁거림 때문에 참 많이도 혼나며 자랐습니다. 희한하게도 제가 가는 곳에는 늘 물이나 그릇이 있어, 엎지르고 깨지는 소동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요즘도 커피를 마시다 새하얀 티셔츠에 훌쩍 흘려버리고는 '나는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을까?'라며 스스로 고개를 내젓곤 합니다.
이토록 빈틈 많은 제가 험난한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치열한 사회생활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버텨올 수 있었던 비결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무리 못해도 중간은 가겠지'**라는 저만의 묘한 믿음입니다.
만약 제가 세상에서 가장 못난 사람이라면 그보다 슬픈 일이 어디 있을까요? 그 기준이 외모든 실력이든 간에, 저는 그저 '내가 최악은 아닐 것'이라 믿기로 했습니다. 이 주문이 처음 빛을 발한 건 군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부대 출입을 통제하는 헌병으로 근무했는데, 허가받지 않은 인원을 들여보냈다가는 영창에 갈 수도 있는 아주 막중하고 위험한 자리였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내가 사고 치지 않고 무사히 제대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자리를 거쳐 갔을까? 그 수많은 선임 중에는 설마 나보다 더 덜렁거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을까?' 그들도 모두 무사히 전역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그럼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묘한 자신감이 솟아났습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직장 생활로도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낯설고 벅찬 업무가 주어질 때마다 이 주문을 외우며 두려움을 떨쳐내자, 신기하게도 제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꼴찌만 면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일이, 점차 '더 잘해보고 싶다'는 열정으로 변해갔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움부터 가지면 사람은 자연스레 움츠러들기 마련입니다. 매일 '아무 일 없기를' 무사안일만 외치며 터지지도 않을 폭탄을 걱정하느라, 정작 눈앞에 있는 더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고, 제가 지금 마주한 이 일 역시 이미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온 일입니다. 그중에는 월등히 뛰어난 사람도, 다소 부족했던 사람도 있었겠지만 세상은 여전히 무탈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처음 해보는 일이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을 저는 이렇게 다시 정의하고 싶습니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첫발을 내딛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룬 것이라고요. 나머지 절반은 온전히 내가 채워가기 나름입니다.
일단 그 절반의 시작을 해내고 싶다면, 마음속으로 가볍게 외쳐보세요. "괜찮아, 적어도 내가 꼴찌는 아닐 거야!" 이 유쾌한 주문이 당신의 두려움을 시원하게 날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