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당당한 무례함에 흔들리지 않는 선한 자부심

by 오종민

"목욕탕에 휴대전화를 반입하지 마시오", "꽃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지 마시오." 우리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경고문, 이른바 '~하지 마시오'가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이를 가볍게 무시합니다. 마치 자신에게만은 예외적인 특혜가 주어진 것처럼 너무도 당당하게 선을 넘곤 합니다.


이들은 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요? 도덕성을 배우지 못해서, 혹은 양심이 아예 없어서일까요?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기저에는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이기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타인이 규칙을 잘 지키고 있으니, 나 하나쯤 슬쩍 어긴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겠냐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한두 번 선을 넘었을 때 아무도 제지하지 않으면, 금기를 깨는 묘한 해방감에 취해 행동은 점점 더 대범해집니다.


그렇다면 묵묵히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은 요령이 없는 바보라서 그런 걸까요? 두 부류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타인에 대한 배려'에 있습니다. 규칙을 쉽게 어기는 이들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입니다. 타인의 불편함보다 내 편의가 우선이기에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대중교통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이 대표적입니다. 조용히 해달라고 정중히 요청해 보아도, 십중팔구 "내 전화 내가 하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며 오히려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세상에 넘쳐나는 수많은 '~하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은, 평범한 다수가 아니라 배려가 결여된 이 소수의 특정인들 때문에 만들어진 씁쓸한 문화입니다.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이 규칙을 지키고 있음에도, 엇나가는 소수 때문에 다수가 피로를 겪는 것이죠. 이런 상황을 매일 마주하다 보면 '착하게 규칙을 지키는 사람만 결국 손해 보는 것 아닐까?'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묵묵히 선을 지키는 힘은 타인의 인정이나 보상을 바라지 않는 '선한 의지'에서 나옵니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스스로 정해진 원칙을 지켜냈다는 당당함, 바로 그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큰소리를 치며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은 사실 내면이 빈곤한 자들입니다. 그들은 타인을 무시하고 규칙을 깨는 무례한 행위를 통해 자신의 알량한 우월성을 확인받고 싶어 할 뿐입니다. 마음의 여유와 풍요로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뻔뻔한 그들을 결코 부러워하거나 억울해할 이유가 없습니다. 규칙을 지키는 우리는 이미,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선한 의지와 단단하고 풍족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