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 '반도'와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은 공통점이 있다. 좀비, 지옥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의 욕망, 이기심이라는 것이다. 세 작품에서는 사는 것이 오히려 더 지옥같이 느껴질 정도다. 좀비보다 사람이 더 잔인하고 지옥보다 남겨진 자들의 삶이 더 지옥이다.
하지만, 마지막엔 희망이 도사리고 있다. 지옥 같은 삶에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고, 좀비들에게 둘러싸여도 살아남는 이들이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공통점도 모두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이들이라는 것이다.
지옥 같은 삶에도 희망이 있지만, 이 작품들은 인간들의 이기심을 경계하라고 경고하는 듯하다. 실제 인간의 이기심을 다룬 작품은 많다. 대부분 극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그 이기심은 증폭되는 것 같다. 우리에게 언제 이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럴 때 우린 이기심을 버릴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 또는 자신의 주변 사람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희생을 외면하지 않을까? 나 또한 쉽게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랄 뿐이고, 최소한의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