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정과 공정 사이에서

by 오박사

오리온 초코파이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 비결은 아마도 ‘정’이라는 한 글자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정이 넘치는 나라다. 겨울이면 김장을 나누고, 매년 연탄 봉사를 이어가며, 가까운 이들과 음식을 나눠 먹는다. ‘정’은 외국에서 한국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정’이 때로는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누군가를 평가해야 할 때 그렇다. 동료들끼리 점수를 매겨야 할 때, 팀장으로서 팀원을 평가해야 할 때, 강의가 끝난 뒤 강사를 평가해야 할 때 등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평가의 자리에 선다. 강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그 사람이 기울였을 노력과 과정이 떠올라 낮은 점수를 주기란 쉽지 않다.


교육이나 행사를 진행한 기관을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분명 개선해야 할 점을 지적해야 그 기관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낮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공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이제는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 진짜 ‘정’은 눈을 감아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정확히 짚어주는 데 있어야 한다. 정확한 평가는 상대를 힘들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성장할 기회를 주는 일이다. 그들이 발전하는 것은 결국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로 돌아온다.


‘정’은 때로 올바르게 볼 수 있는 눈을 가리기도 한다. 진정 그들을 위하고, 나 자신을 위한다면 잠시 그 ‘정’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대신 공정의 ‘정’, 정확의 ‘정’을 선택해야 한다. 공정함이 지켜질 때에만, 우리가 소중히 여겨온 ‘정’ 역시 오래 보존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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