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차 경력의 강사가 있다. 평소 말도 잘하고 재치 있는 편이어서 강의할 때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가 공감에 대한 강의를 했다. '공감해야 한다. 내 생각을 말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줘야 한다' 물론 좋은 말이다. 하지만, 듣는 이들 중 그 말을 모르는 이는 없다는 것이 문제다. 청중은 그 말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잘 공감할 수 있게 되는지', '우리가 실수하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내가 써먹을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이전의 강사는 주로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혜를 전달해야 한다. 지식을 녹여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이나 챗gpt 같은 녀석들에게 물어보면 지식은 수없이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식만으로는 갈증을 해결할 수 없어 강사를 찾는 것이다. 강사들은 그 갈증을 풀어줘야 한다.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강의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말해주는 강의, 알고는 있었지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해 줄 수 있을 강의, 내가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주는 강의'들일 것이다. 강의를 오래 했다고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오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중요하다. 이건 강의뿐만 아니라 모든 업무에서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문가의 함정에 빠져선 안된다. 나보다 똑똑한 청중은 많다. 그들이 고개 끄덕일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강의 잘하시네요'라는 말에 현혹되어서도 안된다. 오히려 문제점을 짚어주는 이들을 가까이해야 한다.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그게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내 단점을 고쳐나갈 수 있다.
강사를 빗대어 이야기했지만 이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자만심은 경계해야 한다. 내세우고 싶은 마음을 감추고 상대를 치켜세워주는 것이 진정한 고수다. 실력 있는 이들은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드러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는다면 내가 아직 부족한 것이다. 부족함을 알아야 더 채울 수 있다. 그러니 늘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