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 당연함이 특별해지는 순간

by 오박사


한 초등학생이 길을 잃었다며 112에 신고했다. 오전에 친구들과 PC방에서 게임을 한 뒤, 다이소에 가기 위해 약 20분을 걸어 그곳까지 갔다고 했다. 문제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방향을 잘못 잡은 채 반대쪽으로 걷다 결국 길을 잃었고, 그제야 신고를 한 것이다.


아이에게 왜 부모님께 전화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휴대전화 데이터가 없어 통화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긴급신고는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112를 눌렀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이소에 간 이유를 묻자, 크리스마스라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사고 싶었다고 했다. 그 한마디에 마음이 괜히 뭉클해졌다.


집으로 데려다주며 많이 걸었을 테니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아이는 망설임 없이 물을 집었다. 왜 물이냐고 묻자, 자신은 물이 좋다고 답했다. 우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마음마저도 참 예뻐 보였다.


‘요즘 세상에 이런 아이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쩌면 아이의 행동은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당연함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현실이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아이는 집 앞에서 헤어질 때도 깍듯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날, 어른인 우리가 오히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세상이 각박해졌다고 느껴질 때도 이런 아이를 만나면,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살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을 하며 이런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음에 감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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