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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박사 Dec 25. 2024

192. 112 신고 뜻밖의 크리스마스 선물

한 초등학생이 길을 잃었다며 112로 신고했다. 녀석은 오전에 친구들과 PC방에서 게임을 한 후 다이소가 있다는 말을 듣고 20분을 걸어 다이소에 갔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가기 위해 걸어갔는데 방향을 잘못 잡아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다 신고를 한 것이다.


녀석은 휴대전화 데이터가 없어 부모님께 전화하지 못하고 긴급신고는 가능한 것을 알고 112에 신고한 것이었다. 다이소에 간 이유를 묻자 크리스마스여서 부모님 선물을 사러 갔다고 했다. 그 마음이 어찌나 기특하던지 집으로 데려다주면서 뭐라도 하나 선물해 주고 싶었다.


녀석의 집 앞 편의점에서 많이 걸었을 테니 음료수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녀석은 고민 없이 물을 골랐다. 음료수를 마시라고 했더니 자신은 물이 좋다고 했다. 우리에게 폐를 끼치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 맘마저도 너무 예뻐 보였다.


'요즘 세상에 이런 녀석이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니 마음이 훈훈해졌다. 어찌 보면 녀석의 행동이 당연할 수 있는 것임에도 그렇지 못한 것에 씁쓸해졌다. 녀석은 헤어질 때도 깍듯이 인사를 건넸다. 어른이 되어서 우리도 녀석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세상이 힘들고 빡빡해져도 저런 아이들을 보면 역시 세상은 살만한 곳이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일하면서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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