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징어 보기가 부쩍 힘들어졌다. 한때는 귀하다고 해서 ‘금징어’라 불리더니, 이제는 아예 없다고 해서 ‘없징어’라는 말까지 나온다. 웃자고 만든 말 같지만, 웃고 넘길 이야기는 아니다. 오징어가 사라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해수면 수온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오징어는 시작일 뿐이다. 우리가 지구의 자원을 낭비하고, 숲을 밀어내며 살아온 대가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우리 삶을 잠식하고 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질병이다. 최근 등장한 감염병의 상당수는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숲이 사라지고, 동물들이 갈 곳을 잃자 인간의 생활권 가까이로 내려온다. 그 과정에서 동물과 동물, 동물과 인간 사이의 접촉이 늘어나고,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전염 경로가 만들어진다.
질병은 점점 더 잦아지고, 더 독해지고, 더 오래 머문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 우리는 이미 이 흐름 속에 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또 다른 질병이 나타날 것이라 예측한다. 문제는 ‘언제’이지 ‘올 것인가’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가까이 다가온 위험은 말라리아라고 느낀다. 요즘 도시에서 개구리 소리를 듣기 힘들어진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도시 개발과 도로 건설, 수질 오염으로 개구리의 서식지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기후는 점점 열대에 가까워지고, 긴 장마가 반복된다. 이는 모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다.
개구리는 모기의 천적이다. 개구리가 사라지면 모기는 늘어난다. 우리가 불편하다고, 개발을 이유로 없앤 생물들이 사실은 우리를 지켜주고 있었던 셈이다. 이건 개구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생태계에는 우연이 없다. 모든 생물은 서로를 견제하고 균형을 맞춘다. 그런데 인간은 그 균형을 너무 쉽게 끊어낸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질병, 재난, 기후 이상이라는 형태로 다시 돌아온다.
문제는 늘 그다음이다. 질병이 터지고, 피해가 발생한 뒤에야 우리는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어야 할지는 알 수 없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사후 대책이 아니라 예방이 필요하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하다. 덜 쓰고, 덜 버리고, 가능한 한 복원하고 보존하는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지구를 살리자는 말은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우리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다. 그동안 우리는 지구의 것을 너무 많이 써왔다. 이제는 조금 돌려줘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사라지는 것은 오징어가 아니라 우리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