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전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모든 것을 거래와 비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그의 정책은, 그동안 미국이 스스로 내세워 온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물론 자국민이 잘 사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에 지켜오던 가치까지 저버리면서 얻는 번영이라면, 과거 미국이 비판해 왔던 국가들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자국 우선주의는 특히 네 가지 측면에서 미국의 전통적 가치와 어긋난다.
첫째, 미국은 오랫동안 국제기구와 동맹을 통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파리 기후협정 탈퇴, 세계무역기구(WTO) 무력화 시도 등은 국제 질서의 리더로서 역할을 스스로 내려놓는 행보였다.
둘째, 미국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을 두둔하거나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태도는, 그 가치 자체를 흔들고 있다.
셋째,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국가가 관세를 무기로 주요 국가들과 충돌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 이는 결국 세계 경제뿐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동맹국과의 신뢰를 외교의 핵심 자산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 증액이나 미군 철수를 언급하는 방식은, 동맹을 협력의 관계가 아닌 거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이는 국가 간 신뢰를 약화시키는 위험한 신호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적으로는 자국민에게 이익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는 어느 한 나라가 혼자 강하다고 해서 안전하고 번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모든 국가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같은 방식의 압박이 되돌아온다면 그 피해는 결국 자국민이 떠안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가치의 붕괴다. 오랫동안 쌓아온 국가적 신념을 무시하면, 균열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체성이 흔들리면 국민들은 자부심 대신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되고, 자국 우선주의는 곧 피해의식과 분노로 변질된다. 그 분노는 다시 또 다른 갈등과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 경제 불안, 국제 분쟁이 동시에 심화되는 지금,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세계에 더 큰 혼란을 안기고 있다. 만약 혼자만 잘 사는 길이 가능했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나라가 왜 없었을까. 우리는 이미 혼자가 아니다. 세계 공동체의 주춧돌 하나가 흔들림을 멈추고, 하루빨리 제자리를 되찾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