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96. 행복한 척일까? 진짜 행복일까?

by 오박사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돈, 집, 차 같은 물질적인 것을 행복의 기준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인플루언서들의 삶을 좇다 보니 정작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가진 것이 적다고 여겨 스스로를 패배자라 생각하며 "행복은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 역시 풍족한 삶을 사는 편은 아니다. 한 친구는 종종 내게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지 않느냐고 묻곤 한다. 하지만 나는 지낼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먹고 즐기는 데에 큰 부족함이 없고, 그 자체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내 집과 내 직장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 적도 없다.


그런 나를 보며 친구는 말했다. “행복한 척하지 마. 그건 자기 기만이야.” 과연 그럴까?


그 말이 마음에 걸려 나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았다. 혹시 나도 행복한 척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즐겁고, 하루가 기다려진다. 매일 같은 일상을 살고 있지만, 그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진다. 먹고 싶은 걸 먹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왜 친구는 나의 행복을 의심했을까? 아마도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절대적이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누리는 조건이 행복이라 여기기 때문에, 그보다 적은 조건에서도 누군가가 행복하다고 말하면 그것이 자신의 행복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타인의 행복을 깎아내려야 자신이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나도 친구가 가진 것을 부러워할 때가 있다. 넓은 집, 좋은 차, 여유로운 생활. 하지만 그건 단순한 부러움일 뿐, 내가 덜 행복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그리고 이것은 절대 합리화가 아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참 행복하다. 이 글을 누군가가 읽고 공감해 줄 거라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행복은 ‘찾아야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행복을 좇기 시작한다면, 오히려 그 순간부터 진짜 행복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내게 있어 행복은 기분 좋은 감정이고, 설렘이며, 희망이다. 그 이름으로 행복은 내 곁에 늘 머물러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