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 혼자 견디기엔 너무 무거운 세상

by 오박사

혼자 견디기엔 너무 무거운 세상

며칠 전 마트에서 발생한 ‘묻지 마 살인’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수원에서 ‘묻지 마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이유 없는 폭력이 반복되면서 많은 이들이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현장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을 직접 마주하다 보면, 대화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과거의 큰 충격이나 숨 막히는 인간관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를 자신만의 세계로 고립시키고 환상이나 환청에 시달리는 듯한 모습도 적지 않다.


문제는 치료 환경마저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정신병동 병실이 부족해 입원 자체가 어려운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들이 점점 늘어나는 걸까. 정신질환을 개인의 나약함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가족 기능의 약화, 그리고 갈수록 커지는 사회적 스트레스가 그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가족 간 개인주의의 확산, 여전히 이어지는 성적 비교와 훈계, 넘쳐나는 정보와 SNS 속에서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느끼는 열등감, 불안정한 일자리와 경제적 압박, 깊어지는 고립감과 관계 단절까지. 사회 전반이 병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이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그 무게가 너무 크다.


이는 사람이 약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이 짊어져야 할 ‘사회적 부담’이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며 “이겨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잔인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병든 사회를 개인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동체의 유대를 회복해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인식, 성과보다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가정과 학교, 직장 역시 비난과 경쟁의 공간이 아니라, 힘들 때 기대어 쉴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정신건강 서비스를 확대해, 정신질환 역시 다른 질병처럼 부담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정신질환을 개인에게 “이겨내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같이 견뎌내자”고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아픈 곳을 어루만질 때, 우리는 비로소 ‘묻지 마’라는 공포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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