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다. 매년 그들의 성적에 마음이 다치고, 실망을 거듭하면서도
시즌이 시작되면 또다시 기대하게 되고, 응원하게 된다.
"올해는 다를 거야"라는 말을 벌써 20년 가까이 되뇌어 온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지쳐 등을 돌렸고,
"이젠 기대 안 해"라고 말하면서도 어딘가 마음 한켠엔 여전히 희망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직 시즌 중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는 정말 뭔가 다르다는 희망의 빛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린 왜 매번 실망하면서도, 다시 실망할 걸 알면서도 희망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따라 걷는 걸까?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자꾸 그 끝을 향해 나아가는 걸까? 아마도 그 터널 끝에서 마주할 한 줄기 빛, 그 순간의 희열과 벅찬 감정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 어둡고 지치고, 빛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지나며 우리는 언젠가 찾아올 작은 변화와 기적을 기다린다. 희망은 우리를 향해 속삭인다. “어서 와. 나의 영광과 환희를 맛보라”고.
희망이란 결국 "혹시 내일은 좀 나아질까?" "지금 이 순간만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라는,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기대의 감정이다. 그리고 어쩌면, 포기하고 나서 마주할 공허함이 지금 겪는 고통보다 더 두렵기 때문에 우리는 끝까지 희망을 붙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희망은 현실을 바꾸는 힘이라기보다는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내면의 에너지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시 희망한다. 롯데 자이언츠가, 올해는 꼭 가을 야구를 넘어 우승의 기적을 이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