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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 산으로 가는 배, 방향을 바꿀 방법

by 오박사

노조라는 제도는 집단 구성원이 겪는 불합리한 대우를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며, 본래의 취지에 맞게 제대로 활용된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권력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순간, 노조는 껍데기만 남은 허울뿐인 조직이 되고 만다.


노조는 기존 권력에 대응하고자 하위직이라 불리는 이들이 힘을 모아 만든 조직이다. 그러나 그들이 스스로 권력을 탐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하나였던 노조는 둘, 셋, 심지어 여러 갈래로 쪼개지게 되고, 각자 자신이 정통이라 주장하며 원조를 자처한다. 기존 권력층은 오히려 이러한 분열을 반기며, 틈을 파고들 기회를 노린다. 의도적으로 떡밥을 던져 노조가 더 깊이 갈라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분열된 노조는 더 이상 외부의 억압과 싸우지 않는다. 싸워야 할 대상은 오히려 함께 어깨를 맞대던 동지들로 바뀌고, 서로를 비난하거나 고소·고발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진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두 주요 세력이 다툼을 벌이는 사이 또 다른 세력이 등장해 그 틈을 파고든다는 점이다. 그 순간부터 노조는 더 이상 하나로 통합될 수 없다.


그들 모두의 목적은 같다. 그러나 공을 차지하려는 욕심에 눈이 멀어 본래의 방향을 잃는다. 이쯤 되면 권력층은 이들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느 한쪽만 살짝 건드려주면 되기 때문이다. 한쪽 편을 들어주는 척하면서 다른 쪽을 자극하면, 두 세력은 다시 싸우게 되고, 그 피해는 결국 조직원 모두에게 돌아간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누가 그 제도의 ‘키’를 잡느냐에 따라 방향은 전혀 달라진다. 산으로 가는 배의 항로를 바로잡기 위해선, 노를 쥐고 있는 조직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방향을 돌려야 한다. 더는 방관자로 남지 말고, 올바른 사람이 방향키를 잡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그것이 곧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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