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3. 자녀를 위한다는 착각

by 오박사

부모와 자녀는 자주 다툰다. 특히 외모와 복장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머리는 기르는 것보다 자르는 게 낫다”, “그렇게 입으면 춥다, 어울리지 않는다, 부끄럽다”, “신발이 너무 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양쪽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결국 아직은 힘이 센 쪽, 즉 부모가 이긴다.


이 과정에서 감정과 체력은 소모되고, 보이지 않는 앙금이 조금씩 쌓여간다. 부모는 아이가 반항심이 강하다고 느끼고,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막는 부모가 원망스럽다. 그렇게 같은 이유로 또다시 싸우고, 반복되는 갈등 속에서 서로 지쳐간다.


그렇다면 자녀의 복장과 외모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부모의 마음은 정말 자녀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나를 위한 것일까? 많은 경우 그것은 ‘자녀를 위한다’고 착각하는 마음일 뿐이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자녀를 걱정해서라기보다 부모 자신이 불편하고 싫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굳이 이렇게까지 감정적인 싸움을 이어갈 필요가 있을까? 만약 자녀가 그런 복장과 외모로 다녀서 부끄러울 것이라 생각된다면, 그 부끄러움은 부모가 아니라 자녀의 몫이다. 그리고 정작 자녀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그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것이 오히려 서로의 평화를 지키는 길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를 여전히 품 안에 두고 싶어 한다. 반대로 자녀는 그 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자녀가 나쁜 길로만 가지 않는다면, 한 번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두어보는 건 어떨까.


부끄러움이든 망신이든, 그것 역시 자녀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사람은 성장한다.

그러니 굳이 쓸데없는 일에 감정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를 지치게 하는 싸움보다, 한 발 물러나 지켜보는 용기가 더 필요한 순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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