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실수와 마주하기 마련입니다. 웃어넘길 수 있는 가벼운 해프닝도 있지만, 상사의 매서운 꾸지람을 들어 마땅한 뼈아픈 실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기억 중에서도 유독 제 마음속에 깊이 박혀 있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명백한 실수를 저질렀는데, 우연히도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대체 이거 누가 처리한 거야!” 사무실 한가운데서 상사의 불호령이 떨어졌고, 공간에는 숨 막히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동료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서로의 눈치만 살폈고, 그 침묵의 틈바구니 속에서 저 역시 용기를 내지 못한 채 굳게 입을 다물어버렸습니다.
속으로는 수십 번, 수백 번 갈등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내가 그랬다고 말할까?’ 하지만 매섭게 혼날 것이 너무도 두려웠던 저는 결국, **‘아무도 모르니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조용히 넘어갈 거야’**라는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과 타협하고 말았습니다. 그날 이후, 사무실에는 며칠 동안 무거운 먹구름이 껴 있었고, 제 마음 역시 가시방석에 앉은 듯 내내 조마조마했습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며 사건은 유야무야 잊힌 듯했고, 사무실의 공기도 다시 밝아졌습니다.
하지만 진짜 지옥은 그때부터였습니다. ‘조용히 넘어갔으니 정말 다행이었을까? 과연 상사와 동료들은 정말 내 실수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때 그냥 눈 딱 감고 솔직하게 사과했더라면 어땠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찝찝한 생각들이 보이지 않는 족쇄가 되어 오랫동안 제 마음을 옥죄고 괴롭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와 비슷한 실수가 다시 발생했습니다. 이번에도 입을 꾹 닫고 모른 척 넘어가려면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만큼은 과거의 비겁했던 제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곧장 상사에게 다가가 제 잘못임을 담담히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불같이 화를 낼 줄 알았던 상사의 반응은 너무도 싱거웠습니다. “알았어. 다음부터는 같은 실수 안 하게 잘 챙겨.” 그의 짧은 격려 한마디에 사무실의 긴장감은 가벼운 해프닝처럼 금세 흩어졌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제 마음이었습니다. 이전의 조마조마했던 시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안도감과 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 스스로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단단한 책임감도 자연스럽게 차올랐습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껄끄럽습니다. 하지만 실수를 꽁꽁 숨긴 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그보다 백 배는 더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만약 제가 첫 번째 상황처럼 계속해서 실수를 덮고 뒤로 숨기만 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저는 새로운 업무를 맡을 때마다 실수할까 두려워, 늘 누군가의 뒤에 숨어 복지부동하는 비겁한 겁쟁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 실수를 인정해 보니, 제가 상상했던 것만큼 부끄럽지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때 저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습니다. 책임은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 아니라, 세상을 마주하는 단단한 ‘태도’라는 것을요. 무언가를 억지로 떠안는 고통스러운 순간이 아니라, ‘내 행동의 결과로부터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바로 그 순간에 진짜 책임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당당한 태도는, 결국 저를 세상의 어떤 비바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조금 더 단단한 어른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