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책은 버티게 하고, 칭찬은 뛰게 한다.

by 오종민

부서에 신입이 들어왔습니다. 긴장한 탓인지 잔실수가 잦고, 일머리도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잘했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피드백을 빙자한 질책을 쏟아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잔소리가 길어질수록 신입의 어깨는 움츠러들고 실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직장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관계에서 흔히 벌어지는 이 딜레마를 볼 때면, 저는 제 인생의 뼈아팠던 '그라운드'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저는 축구광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20여 년간 공을 차며 나름대로 실력에 대한 자부심도 컸습니다. 그 자신감을 안고 지인의 권유로 일요일 조기축구회에 가입했습니다. 화려하게 내 실력을 증명하리라 마음먹고 나선 첫 경기, 단 10분 만에 제 얄팍한 밑천이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저는 그저 '동네 축구'의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겁니다.


강하게 날아오는 패스는 야속하게도 제 발을 맞고 저 멀리 튕겨 나갔고, 어설픈 패스는 번번이 상대편에게 커트당했습니다. 조직적인 전술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수비 위치는 어디로 잡아야 할지, 공은 어디로 찔러줘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그때마다 사방에서 날 선 고함과 욕설이 쏟아졌습니다. "거기서 뭐 해!", "공 좀 똑바로 차!" 처음엔 쓴약이려니 하고 넘겼지만, 호통이 계속될수록 숨이 막혀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나를 향해 굴러오는 축구공이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두려워졌습니다. 긴장한 몸은 통나무처럼 굳어버렸고, 실수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땀 흘리며 스트레스를 풀러 간 동호회가,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저를 옥죄는 지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갈증은 일주일에 한 번으로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토요일에 모이는 다른 조기축구회에 추가로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공기는 앞선 곳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제가 헛발질을 하고 패스 미스를 내도 벤치에서는 "괜찮아! 뛸 수 있어!", "나이스 트라이!"라는 격려가 날아왔습니다. 경기가 끝나면 어김없이 제 작은 플레이 하나를 찾아내어 어깨를 두드려 주었습니다. 제 실력은 일요일이나 토요일이나 똑같이 형편없었지만, 제게 돌아오는 피드백의 온도는 극명하게 달랐습니다.


칭찬은 달콤했습니다. 주눅 들어 있던 마음에 온기가 돌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이없는 실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입니다. 저는 칭찬에 목마른 아이처럼 그들에게 더 인정받고 싶어졌습니다. 평일에도 혼자 공을 다루며 연습에 매달렸고, 경기장에서는 한 발짝이라도 더 뛰며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실력은 훌쩍 성장해 있었고, 어느새 저를 호통치던 '일요일 축구회'의 회원들조차 제 달라진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후배가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따끔한 질책이 필수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질책은 십중팔구 역효과를 냅니다. 여기에는 선배들의 치명적인 착각이 숨어 있습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말처럼, 자신들의 잣대로 초보자를 평가하려 듭니다. 그들의 눈에 신입은 그저 답답한 애송이일 뿐입니다.


질책의 가장 큰 함정은 그것이 '행동'에 대한 지적을 넘어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변질되기 쉽다는 데 있습니다. "왜 이렇게 일을 못 해?"라는 말은 곧 "너는 무능해"라는 비수로 꽂힙니다. 이 순간,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에너지를 쓰는 대신 '자신을 방어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소진합니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오늘 혼나지 않고 무사히 넘어갈까'를 목표로 삼게 됩니다. 혁신적인 시도나 적극적인 태도는 사라지고, 지시받은 것만 수동적으로 처리하며 그저 '버티는 법'만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두려움이 아니라 '인정'을 먹고 자랍니다. 누군가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 준다고 느낄 때,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 한계를 깨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잘했어"라는 그 따뜻한 한마디가 저를 11명의 팀원 중 당당한 한 명 몫을 해내고 싶게 만들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질책은 빠르고 강력해 보이지만 그 효과는 짧습니다. 반면 칭찬은 느리고 조용해 보이지만 사람을 멀리까지 가게 만듭니다. 질책이 밖에서 억지로 밀어붙이는 압력이라면, 칭찬은 내면 깊은 곳에서 스스로 끓어오르게 만드는 동력입니다. 진정한 성장은 혼나며 눈물짓는 순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나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미소 짓는 그 순간에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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