긿을 잃은 게 아니라, 내면의 '영점'을 맞추는 중

by 오종민

많은 사람이 자기계발서를 집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 혹은 지금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받고 싶은 불안함 때문일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늦은 나이에 '강사'라는 가슴 뛰는 꿈을 품은 후, 앞서간 이들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 수많은 책을 탐독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는 희망보다 짙은 좌절을 안겨줄 때가 많았습니다. 그들은 입을 모아 "인생의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내도 거창한 '삶의 목적'을 한 줄로 정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많은 사람 앞에서 강의하는 즐거운 삶을 꿈꿨을 뿐, 그것이 진정한 삶의 목적인지 아니면 그 너머에 무언가 더 심오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습니다.


삶의 목적을 찾는 일은 마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갯속에서 억지로 이정표를 꽂아야 하는 형벌처럼 느껴졌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출발했기에 누구보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최종 정착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지금 헛수고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며 움츠러들곤 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목적 없는 인생은 의미가 없는 걸까요? 수많은 사람의 삶을 지켜보고, 또 제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며 얻은 결론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목적'과 '의미'를 철저히 분리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운전으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목적'은 네비게이션에 찍힌 도착지를 말합니다. 반면 '의미'는 창밖으로 불어오는 바람, 핸들을 쥔 손의 감각, 동승자와 나누는 대화의 즐거움입니다. 어떤 사람이 "반드시 저곳에 도착해야 해"라는 뚜렷한 목적지를 가지고 질주하더라도, 그 과정이 스트레스와 불안, 교통체증으로 인한 짜증으로만 가득하다면 어떨까요? 목적은 달성할지 몰라도 그 여정의 '의미'는 몹시 빈약할 것입니다.


반대로 제가 겪은 '글을 쓰는 새벽 시간', '강의안을 만들며 몰입하는 순간', '동료들과 웃으며 커피를 마시는 찰나'는 그 자체로 목적지가 없어도 이미 충분히 충만하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목적이 없는 시기는 길을 잃은 것이 아닙니다. 사격에 앞서 표적을 정확히 맞히기 위해 총기의 **'영점'**을 맞추듯, **타인의 기준을 지우고 오롯이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내면의 영점 조절 시기'**일 뿐입니다. 아직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았을 뿐, 여러의 엔진은 정상적으로 뜨겁게 뛰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을 바꿔보았습니다.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무거운 질문 대신, **"나는 지금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있는가?"**라고 말입니다. 목적이 삶의 '방향'이라면, 의미는 삶의 '순간'입니다. 방향이 아직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마주한 순간들은 충분히 찬란하게 빛날 수 있습니다.


삶의 뚜렷한 방향을 가진 사람들조차 처음부터 100%의 확신을 가지고 출발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한번 해봤는데 나쁘지 않았던 것', '계속 눈길이 가고 신경 쓰이던 것', '이상하게 힘들어도 포기하기 싫은 것'들을 작게 반복하다 보니 **"어? 이쪽으로 가도 되겠다"라는 '임시 확신'**을 얻게 된 것입니다. 방향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의미들을 유지하고 연결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또렷해지는 선(線)과 같습니다.


물론 방향이 명확한 사람은 기준이 흔들리지 않아 덜 불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이 없다고 해서 삶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내 인생의 목적이 뭐지?"라는 늪에서 빠져나와 **"지금 내가 아주 조금이라도 더 끌리는 쪽은 어디지?"**라고 물어보고 아주 작게라도 실행해 보는겁니다. 목적이 있는 사람이란, 정답을 미리 손에 쥐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매 순간 의미 있는 선택을 하며 스스로 답을 만들어 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짙은 안개 때문에 저 멀리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좌절할 필요 없습니다. 내 발끝을 비추는 '의미'라는 헤드라이트를 따라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확고한 방향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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