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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Dec 16. 2020

무료 와이파이와 원격 조종

10장

대한민국은 와이파이 강국이다. 외국 여행을 가서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거나 속도가 느려 답답했던 적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외국인들도 한국에 와서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로 와이파이를 꼽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와이파이에도 무서운 함정이 숨어있다. 카페나 대형 상가 등에 가면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그중에는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는 것도 있고 비밀번호 없이 바로 쓸 수 있는 것도 있다. 문제는 비밀번호 없이 바로 쓸 수 있는 와이파이에서 발생한다. 


비밀번호 없는 와이파이는 해킹하기가 쉽다. 해킹된 무료 와이파이에는 악성코드들이 헤엄쳐 다니는 풀장과 같다. 접속하는 순간 거머리처럼 악성코드들은 우리의 휴대전화로 몰려든다. 또한 해커들이 똑같은 와이파이를 만들어 우리 휴대폰에 뜨는 무료 와이파이는 그들이 만든 와이파이일 가능성이 높다. 와이파이를 쓰는 순간 우리 휴대폰은 이미 그들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악성코드가 깔리게 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몇 번 언급했듯이 휴대폰에 있는 사진, 주소록, 메모, 동영상, 공인인증서 등 모든 자료가 그들의 손에 넘어간다. 필자도 강의자료를 만들기 위해 유명한 햄버거 매장에 가서 무료 와이파이를 썼다가 노트북이 악성코드에 감염됐다. 글을 쓰는 지금도 계속 뜨는 광고창들 때문에 짜증이 치밀어 오르지만 마음속으로 도를 닦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깔린 악성코드는 휴대전화 원격조정도 가능하다. 원격조정 앱은 이성간 불륜 등을 캐내기 위해 판매되기도 한다. 상대방의 전화기에 원격조정 앱을 깔게 되면 내 전화기 녹음 버튼을 누르기만 해도 상대방이 말하고 다니는 것들이 나에게 다 들린다. 상대의 휴대폰이 일종의 도청장치가 되는 셈이다. 내 폰의 카메라 버튼을 누르면 상대의 휴대폰이 몰카가 된다. 원격조정 앱은 악성코드로 인해 깔리기도 하지만 링크를 눌러 깔 수도 있다. 이는 보이스피싱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수사관을 사칭하며 앱을 깔라고 유도하는 방식을 주로 쓴다. 앱을 깔게 되면 내 폰이 내 폰이 아니게 되는 셈이다. 만약 앱을 깐 후 피싱범과 통화 도중 수상함을 느껴 전화를 끊고 112로 신고를 하게 된다면 결국 전화는 피싱범들에게 가게 된다. 피싱범들이 "네 긴급신고 112입니다"라고 전화를 받게 되는 것이다. 원격조정 앱은 모든 전화를 피싱범들에게 연결되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피해자들은 안심하게 되고 그들이 말하는 대로 이끌려 결국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된다.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는 옛말이 있다. 필자도 공짜 좋아한다. 하지만, 무료 와이파이처럼 공짜는 대가가 따를 수도 있다. 될 수 있으면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는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습관을 가지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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