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민 Dec 21. 2020

스미싱 당한 경찰관

11장

2012년도부터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내 사진을 올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도 좋았다. 하루에 하나 이상의 게시물은 꼭 올렸고 내 게시물에 달린 댓글에는 반드시 댓글을 달았다. 페이스북은 내 생활의 활력소였고 일상이었다. 당시 페이스북을 활용하는 경찰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고 친구는 빠르게 늘어갔다. 공무원은 딱딱하고 틀에 박힌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아 신기했나 보다. 또 당시에 서울 자기 계발 모임에 다니거나 강의를 시작하는 등 많은 활동을 했기에 더 그랬을 듯싶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해줬다. 경찰서로 초콜릿, 사탕 등 응원 물품을 보내주는 분들도 있었다. 2013년 봄 즈음에 경찰교육원에 1주간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교육을 받던 중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우체국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였고 물건을 확인하려면 링크를 클릭하라는 문자였다. 그렇다. 바로 스미싱 문자다. 문자를 보는 순간 '이야! 또 어떤 분이 사탕을 보내셨나 보다'라고 생각했고 아무 의심 없이 바로 그 링크를 눌러버렸다. 아무 의심없이 링크를 누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주소에 post라는 단어를 보았기 때문이다. 교육중이니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post라는 단어만으로 우체국이 맞다라는 결론을 내린것이다. 링크를 누르니 우체국 화면으로 전환되는 듯하다가 순간 화면이 다운되어 버렸다. 그날 뭐에 쓰이기라도 한 듯이 '오늘 우체국이 바쁜가 보네'라고 생각했다. 그 뒤로 교육에 집중했고 링크를 눌렀던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한 달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으니 상대방이 대뜸 "택배가 온다는 데 내용이 뭔가요?"라고 말했다.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치며 한 달 전 받았던 택배 문자가 떠올랐다. 뒤늦게서야 내가 스미싱에 당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내가 링크를 누른 후 내 번호가 또 스미싱에 이용된 것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내 번호로 택배 문자를 보낸 것이고 문자를 받은 사람 중 누군가가 나를 택배기사로 생각하고 전화를 건 것이다. 나는 그 사람에게 내가 스미싱에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 링크를 누르지 말고 삭제하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바로 통신사에 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도 모르게 내 번호로 299,000원 소액결제가 되어있었다.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화가 났다. 홍보 담당자로서 스미싱 홍보를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당하다니. 부끄러웠다. 일단 통신사에 스미싱 당한 사실을 알리고 소액결제 한도를 3만 원으로 줄였다.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에 당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저런 뻔한 수법에 어떻게 당하나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당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기 범죄는 사람 마음의 빈틈을 파고든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한 번쯤은 마음에 빈틈이 생길 때가 있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사기 범죄이다.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사람들 중에는 판사, 의사, 전문직 등 똑똑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절대로 방심하면 안 된다. 사람은 정말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오히려 한 번 당해본 경험이 강의를 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 효과가 더 좋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료 와이파이와 원격 조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