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이 나누는 책 이야기

by 오박사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그 내용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게 아내라면 더 좋겠지만 아내는 책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독서모임도 만들어봤다. 한두 번은 모여서 함께 내용을 이야기해봤지만 각자의 생활이 있기에 오래가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대상이 생겼다. 바로 딸아이다. 딸아이는 중학생이다. 어릴 때 내가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아빠가 재미있어 보이는지 내 옆에 꼭 붙어 저도 책을 읽어댔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딸아이는 소설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최근에 '달러 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소설책을 읽었다. 꿈에 관한 기가 막힌 상상력을 발휘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고 그 책을 딸아이에게 읽어보라며 건네줬다. 딸아이는 아빠가 읽는 책은 자신과 취향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탐탁지 않아하며 받아 들었다. 하루 뒤 딸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이 책 너무 재미있어" 그때부터 우리는 신나게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퇴근 후에도 책 이야기를 나눴다. 딸아이도 나를 닮아서 성격이 급하다. 책을 읽다가 재미난 부분이 나오면 나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그러면 또 우린 책에 관해 신나게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곤 이번에는 딸아이가 나에게 책을 하나 추천해줬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 '데미안'이다.


'데미안'은 중학생 권장도서라고 한다. 요즘 중학생들은 수준이 참 높구나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고전은 아직도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니면 내가 수준이 낮은 것일 수도. 나에게 책을 준 이유는 역시나 어려워서였다. 자신이 읽고 이해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내가 읽고 설명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갑자기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겨났다. 아빠로서의 오기 같은 것이라구나 할까? 꼭 이 책을 완독하고 제대로 알려주리라. 데미안을 읽기 시작했다. 걱정했던 것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데미안은 청소년기를 선과 악으로 표현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을 담고 있었다. 중간쯤 읽다가 딸아이와 책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딸아이는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내가 이해한 게 맞는구나"라고 했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데미안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그래서 3일 만에 책을 다 읽었다. 의무감도 한몫했을 듯싶다. 데미안의 후반부 내용은 자아와 이상에 대한 이야기로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또 이해 못할 그런 내용도 아니었다. 어렵지만 쉬운, 쉽지만 어려운 그런 책이다. 다 읽은 후 내 감상을 아이와 나눴다. 그 녀석은 다시 데미안을 읽기 시작했고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딸아이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요즘은 딸아이에게 전화가 올 때면 참 반갑다. '또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려나?'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딸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배우고 또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알려주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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