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언니들과 맞짱 뜨다

by 오박사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는 평소 아동인권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특히 코로나 19가 터지면서 더욱더 관심이 많아졌다. 코로나 상황에 등교를 시키는 교육부에 대해 쓴소리를 자주 하기도 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딸아이는 코로나에 대한 내용의 글을 많이 쓰고 있다. 글 솜씨도 제법 괜찮아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작가로 불리고 있고, 얼마 전에는 학교 과제인 직업인 인터뷰에서 딸아이가 미래의 작가로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11. 20(금) ~ 21(토) 이틀간 밀양에서 밀양 야행이라는 문화재 행사를 개최했다. 내가 소속된 극단의 실장님이 그 행사를 총괄했고 나에게 몇 가지 파트를 맡기셨다. 그중 하나가 둘째 날 마지막 시간에 배정되어 있는 학생 토론이었다. 주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학생들끼리 끝장토론을 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순간 주제를 '코로나로 인한 등교 찬성 대 반대'의 주제로 토론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리고 실장님께 말씀드렸고 주제를 그렇게 정하기로 했다. 참가 대상은 밀양지역의 고등학생들이었고 우리 딸아이도 참가하기로 했다.


딸아이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행사 5일 전쯤 딸아이는 자신이 쓴 등교 반대 의견을 나에게 보여주며 검토를 해 달라고 했다. 타 지역 학교 코로나 발생현황 등 객관적 자료들이 포함된 나름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글이었다. 내용을 읽어본 후 찬성 측 학생들이 공격할만한 내용을 질문했다. 딸아이는 말문이 막혔고 토론을 준비하려면 상대를 제대로 설득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 뒤로도 딸아이는 계속 토론 준비에 열을 올렸다.


토론회 날 30명 정도의 학생들과 어른 관중들이 토론장에 모였다. 내가 토론 진행자 역할을 맡았고 찬성 3명, 반대 3명이 의견을 발표하고 참석한 학생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딸아이는 4번째 발표자로 나왔고 발표를 한 후 언니, 오빠들의 날카로운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차분하게 상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했지만, 뒤로 갈수록 말문이 막히는지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내가 들어봐도 상당히 날카로운 질문들이어서 답변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답변을 하지 못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흐뭇한 마음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감당해야 할 일들 중의 하나를 미리 경험해보는 진귀한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을 속으로 축하하면서 말이다. 토론회가 끝나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토론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땠는지 물었는데 너무 재미있었고, 고등학생들의 수준이 확실히 자신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에서 "화난다"라는 표현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나는 그 화남이 마음에 들었다. 화남으로 인해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이번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을 것이다. 토론이 재미있다고 했으며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달았고 더 노력하려는 마음이 생겼다. 다음에도 토론회가 있으면 꼭 참석하겠다는 의지까지 불태우며 말이다. 언니 오빠들에게 당당하게 맞짱을 뜬 딸아이가 대견하고 감사하다. 덕분에 나도 많은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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