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서점 -주책방

by 오박사

창원에 있는 경남교육연수원에서 사이버범죄예방 강의를 했다. 연수원은 1년에 한 번씩 강의를 다니는 곳이다. 코로나로 인해 올해는 강의가 없을 줄 알았는데 의뢰가 들어와서 반가웠다. 다른 지역의 독립서점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도 좋았다. 검색으로 '주책방'이란 곳을 찾았다. 강의장에서도 11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30분 정도 거리였으면 고민을 해봤을지도 모른다. 강의 후 바로 서점으로 향했다.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와 '실망하면 어쩌지'라는 불안함을 함께 안고 11분을 달렸다.


'주책방'은 주택가 골목에 위치해 있었는데 찾아가는 길에 두 번이나 길을 잘못 들었다. '주책방'을 마주쳤을 때 첫 느낌은 꽤 인상적이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2층짜리 일반 주택의 1층에 동네 슈퍼 같은 느낌으로 아로 박혀 있었다.


20210902_150859.jpg 주책 방 입구

안으로 들어선 순간 그 느낌은 또 바뀌었다. 깔끔하고 아늑한 불빛이 날 반겼고 나무 바닥이 경사를 이루고 있는 것이 꼭 이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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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상큼한 향은 그곳의 첫인상을 더욱 좋게 만들었다. 이제 나의 기분은 서점지기님에게 달렸다. 어떤 분일까 궁금해하며 카운터를 향한 순간 깜짝 놀랐다. 또 다른 공간이 있었다. 처음 보이는 곳이 다일 거라 생각했는데 안쪽 공간은 더 넓었다.


20210902_152036.jpg 또 다른 공간

서점지기님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었다. "왜 찍으려고 하시는지 물어도 될까요?"라는 지기님의 물음에 "서점 투어 중인데 책도 사고 후기도 쓰려고 합니다"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허락해 주셨다.

사진을 한 두 컷 찍다가 "혹시 추천해 주실 만한 책이 있나요?"라고 물었다. "어떤 책을 원하세요?" "그냥 이 책방에 어울릴만한 책을 사고 싶습니다." "혹시 창원에 사세요?" "아뇨" "그럼 창원에 사는 작가님이 쓰신 책을 추천해 드려도 될까요?" "네 정말 좋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곤 지기님은 '베스트'라고 적혀있는 코너의 책들 중에서 한 권을 집어 들었다. 10년 동안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신 분이 쓴 책인데 본인의 재능이 애매하다는 의미로 책 제목이 '애매한 재능'이었다.

10년 동안 글을 써온 것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 출간 후 꽤 많이 팔린 책이라고 했다. 애매한 재능이 꽃을 피운 것이다. 스토리도 맘에 들었고 창원에 있는 작가님이 쓴 책이라는 점도 맘에 들었다. 나에게 온 이 녀석이 마지막 남은 한 권이라는 말에 득템을 한 거 같아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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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을 품에 안고 다시 서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곤 다시 지기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 번째 방문만에 지기님의 친절함에 더 물어볼 용기가 생긴 것이다. "혹시 책 진열에 어떤 의미들이 있나요?" "시, 에세이, 소설, 인문학 서적으로 구분해 놨고요 외국작가, 한국 작가 책으로 나눠놨어요. 또 안쪽 방에는 독립작가들의 책을 모아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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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님의 말을 듣고 독립작가들의 책을 보러 갔다. 흥미를 끄는 녀석들이 꽤 있었다. 그중에 '80년대 생들의 유서'라는 책에 시선이 멈췄다. 제목에 끌려 손이 갔고 궁금함에 그 녀석도 가져가기로 했다. 에세이와 소설 코너도 돌아봤는데 책 진열 방식이 참 맘에 들었다. 구경을 마치고 계산대 앞에서 지기님에게 "이 책방 진열 방식이 참 괜찮네요. 사고 싶어지는 맘이 저절로 드네요"라고 했다. 지기님은 "어떤 분은 여긴 살게 별로 없네요"라고 했다며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서 그런 거 같아요"라고 했다. "여기 들어와서 넓은 거 보고 상당히 놀랐어요" "다른 분들도 다 놀라시더라고요" "향도 좋고 제가 부산에서 3군데 가보고 여기 왔는데 여기가 젤 괜찮은 거 같아요"

감사하다는 인사를 끝으로 책 두 권을 들고 '오길 진짜 잘했다'라고 생각하며 이 세계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주책방'의 방문은 앞으로 만날 다른 서점들에 대한 기대를 더 크게 만들었고 독립서점 투어의 즐거움을 제대로 알게 해 준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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