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갱년기, 자존감 저하 등 감정의 변화를 겪을 때 이유를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를 때는 계속 그 감정에 휘둘리고 점점 더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반면에 내 감정 변화의 이유를 알게 되면 적어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스스로 그 이유를 인정해야 가능한 일이다.
봄이 시작되면서부터 일도 하기 싫고, 좋아하는 책도 읽기 싫어지고 글 쓰는 것도 어려워져 갔다. 마음은 초조해지고 답답해지면서 잠도 오지 않고 늘 재미있게 느껴졌던 일상도 재미가 없었다. 내 감정이 그런지도 모른 채 옆에 있는 이들을 힘들게 하고 마치 그들이 나에게 잘못하는 것처럼 생각했다. 그래야 내 감정이 편해질 줄 알았나 보다. 그런데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 최근에는 감정이 극에 달했고 숨도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힘들어지면서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자존감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존감에 대한 책이라도 읽어야 뭔가 풀리지 않을까 싶었다. 검색해 보니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이 있었다. 목차를 보니 내 상황에 딱 맞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다행히 책이 하루 만에 도착했다. 너무 힘들었던 터라 머리가 아픔에도 불구하고 책을 펼쳤다. 첨부터 읽지 않고 목차에서 나와 비슷한 상황을 찾아 읽었다.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깜짝 놀랐다. 내 상황과 비슷한 것이 아니고 내가 느끼는 감정이 그대로 책에 나와 있었다. 마치 작가가 나와 상담을 하고 그 내용을 쓴 것만 같았다. 심장이 뛰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 같아 계속 읽어나갔다. 그 뒤로 내가 느끼는 감정의 이유가 나왔다. 그랬다. 나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감정이 다른 감정인 줄 알고 거기에 감정을 쏟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를 자책해 가면서 힘들게 하고 있었다. 자존감 올리는 방법은 아직 읽지도 않았지만 내 감정의 이유를 알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물론 바로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에서 희망을 찾았다. 희망이 생기니 의욕이 생기고 더 이상 나를 괴롭히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간간히 치고 들어오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금세 다른 생각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이유를 알게 되니 그동안의 내 삶을 돌아봤다. 자존감이 높아졌을 때와 낮아지게 된 이유들이 보였다. 그때마다 내가 힘들게 한 사람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들었다.
'자존감 수업'은 나에게 성서와도 같은 책이다. 앞으로 자존감이 떨어지려 할 때마다 몇 번이고 더 읽어볼 것 같다. 솔직히 자존감이 떨어질 일이 없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긴다. 자존감을 올리는 해결책들이 궁금해진다. 다시 내 성서를 만나로 가야겠다. 갑자기 세상이 새로워 보이고 아름다워 보인다. 앞으로 마음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조언 따윈 하지 않으리라. 마음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대신 이유를 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